칼라리스트에 대하여 (2)
작성자 오천룡 조회수 4985 건
홈페이지 http://ohchunryong.com 작성일 2011.12.28. 17: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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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2002-11-27
S형

파리 날씨는 아침엔 영상6도, 낮엔 영상10도를 오르내리고 비가 자주 내리고 있어서 온화한 기온이 안개를 자주 끼게 합니다. 어제는 바르비죵 숲에 가서 올해의 마지막 낙엽을 밟고 왔습니다.

지난 6월에 형과 같이 갔을 때 맡았던 미예의 아뜰리에 근처에 있는 마을집 담벽에 걸린 꽃 향기가 그리웠었는데… 안개속에 하루 종일 서 있는 참나무와 낙엽수들의 잎이 져서 땅을 짙은 적갈색으로 두껍게 덮고 있었습니다. 아직 나뭇가지에 달린 나뭇잎들이 바람에 떨리며 정지된 풍경을 흔들고 있었읍니다.

오늘은 딴 화가들이 잘 쓰는 색도 그 출처가 어딘지 생각해 보렵니다.

흑백색과 삼원색만 있으면 무슨색이라도 만들 수 있다고 배우지만 화구점 진열장에 12가지 색 튜브가 가지런히 박혀있는 물감셋트를 보면 무척 갖고 싶어 했지요.

1953년 국민학교 4학년 때 였나 봅니다, 재주많은 누나에게 코치를 받고 덕수궁에서 열린 서울시 사생대회에 나가서 가작으로 당선됐는데 그때부터 그림을 자주 그리고 싶어했습니다.

3년동안의 6.25전쟁이 휴전이 되었고, 세계 여러나라로 부터 전쟁 구호물자를 우리나라에 보내왔습니다. 구호물자는 담요, 분유와 밀가루 등등의 생활용품과 먹을 식량 이였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어느날은 구호 물자로 학용품이 우리 학교에도 보내 졌습니다. 학교는 궤짝을 열고 각 학년 각 반의 학생수대로 쪼개어 학용품 하나씩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학용품 하나마다 고유번호가 매겨졌고 같은 번호가 들어 있는 바구니에서 경품뽑듯이 눈감고 하나씩 집었습니다.

그런 근사한 학용품을 본적이 없는 우리는 깜작 놀랍도록 완벽한 학용품인, 고무달린 연필, 책받침, 색연필, 크레용. 고무 지우개, 삼각자, 콤파스, 분도기, 연필깍기, 필통 등등을 보며 각자 점을 찍어놓고 탐내고 있었습다.
나는 교단위에 늘어 놓인 학용품 중에서 크레용 갑을 가장 갖고싶어서 눈감고 빌고 있었ˆf데 바구니속에서 바로 그 크레용 번호를 꺼냈으니 제가 얼마나 좋아했었을까 짐작하시겠지요 ? 그 것은 프랑스 제품으로 곱디고운 색상의 크레용 36개 였습니다.

1955년 중학교에 진학한 나는 특별활동반으로 미술반에 자연히 들어갔습니다. 학교 미술반 전통은 수채화 물감과 켄트지(수채화용 종이)를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게 마련해 놓았지만 물자를 아껴야 했던 시절이라 모두 아껴써야 했지요. 사생나가면 봄에는 연두색이 모자랐고 여름엔 초록색이 다 떨어졌고 가을엔 따듯한 종류의 색갈들이 모두 동이 나곤 했습니다. 그림그리다 말고 빈칸이 된 양철 빠렛뜨를 들고 L한테가서는 연두색을 얻어 오고 K한테는 초록을, P와 Y한테가서는 빨강과 노랑을 구해 왔지요. 미술반원들은 누가 어떤 색을 많이 쓰고 어떤 색은 잘 안 쓰는지 서로들 빤히 알고 있었읍니다.

지금은 240가지가 넘는 각가지 색이 튜브에 넣어져 있어서 화가들이 어떤 뉴앙스의 색을 만들어 내느라 팔 아프게 섞고 개고할 필요가 없게 되었는데 그렇게 기성품 물감을 사용하다보면 화가들의 그림들이 죄다 비슷해지기 쉽습니다. 화가는 자기만의 비밀스러운 고유한 색상을 지키게 마련인데 공장에서 만든 색을 그대로 쓰는 것엔 표현에 개성이 없어질 수 있겠습니다. 아크릴 물감은 사용이 간편함으로서 요새 젊은층 화가들이 매우 선호하고 있지만 기름과 물감원료의 혼합과 마르는 과정에서 생기는 까다로운 유화기법으로 부터 얻게되는 미묘한 효과를 모르게 될 것입니다.

그 옛날 화가들은 물감원료를 기름에 개어서 일일이 색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그림그리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색갈 만드는데 써야 했습니다. 서예를 배우려면 제자는 먹을 먼저 죽어라고 갈어야 했던 것 처럼 유화를 배우는 제자들은 선생의 처방에 따라 물감을 기름으로 개어서 정확히 만들어 내는 봉사를 오래도록 해야 했을 것입니다.

물감을 치약처럼 튜브속에 담게 된 것은 인상주의화가들의 탄생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그림을 화실에서만 그려야만 했던 것도 빠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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