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타 섬의 추억(3) - 세사람의 유골과 단검과 반지
작성자 오천룡 조회수 2796 건
홈페이지 http://ohchunryong.com 작성일 2011.12.16. 1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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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2002-9-28

크레타 섬의 추억 (3) ? 세사람의 유골과 단검과 반지

"가이드 이렌느 페라키(Irene Peraki)여사"

일주일 간의 친근감에서 차츰 존경해 마지않게된 가이드 안내자 이렌느 페라키는 나와 나이가 비숫해 보였으나 처음 봤을 적엔 허약하게 보이는 할머니라서 우리를 잘 안내하고 인도할까 했는데 그것은 괜한 선입견이자 걱정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씩씩하지도 덤벙대지도 않고 반대로 차분하고 그레타 사람다웁게 정중하며 예의가 발랐다.

험한 산길을 버스가 허덕이며 넘을 때는 마루턱 카페에서 우리들 모두에게 목마르다고 음료를 사주는 인정많은 여인이었다. 이 고장 시원한 음료중엔 지중해 연안의 나라사람들이 모두 즐겨 마시는, 아니스 향료를 넣은 ‘우조’라는 술이있어서 물에 타면 뿌옇게되는 시원한 이 음료를 마셨다.

며칠사이 그녀가 말하는 것은 이젠 하나고 놓지고 싶지않고 무슨 설명이든지 고맙고 귀하게 들렸다. 그녀는 버스가 달리는 속에서도 잠시도 쉬는 법이 없이 그레타 섬의 모든 것에 대해서 자세히 얘기해 주고 있었다. 11년전 아테네를 중심으로한 고대 그리스 답사에서도 경험했던 일이지만 그때의 가이드도 교육을 철저히 받아서인지 아니면 천직으로 삼아서인지 전문가다운 위엄과 학식을 갖추고 있었다.

이렌는 마지막날 버스속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은 이제 마지막으로 이락클리온에 가서 고고학박물관을 방문할텐데 나는 박물관 안내는 하지않을 것입니다. 여러분만 입장하셔서 자유롭게 유물들을 들러보십시요. 아직도 2시간쯤 더 가야하니까 점심후라 식권증을 느끼시는 분은 눈을 감고 들으실 수 이야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가장 최근에 발굴한 반지와 단검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그러면서 그 긴 이야기를 시작하니, 그녀의 프랑스 말은 거의 완벽하였는데 가끔 그리스 말 악센트가 섞여있어서 유쾌하고 유머스러럽게 들렸다. 프랑스인들은 외국인들이 말하는 악센트가 붙은 프랑스어 듣기를 좋아하는 민족임을 나는 알고 있다.

≪ 은퇴한 고고학자의 기념비적인 유적 발견 이야기≫

고고학연구에 일생을 바친 어느 고고학자가 은퇴하여 외딴 시골 자기 고향에 내려와 은둔생활로 평온한 여생을 누리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고매한 학자가 고향에 돌아 온 것을 환영하였고 그 마을의 자랑으로 여기며 그를 존경했다. 그도 그렇것이 고고학자는 그리스에서 존경의 대상이 아닌가 !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어느 날 그의 조용한 집에 마을 사람들이 불쑥 찾아와서는 고매하신 고고학자님께 말을 붙이고 싶어서 그러는 것 처럼 여쭐 말씀이 있다는 것 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앞 산 저 건너편 산등성이에 이상한 흔적이 보여서 알려드릴려 왔다고 했다.

그러나 그 고고학자는 이제는 그 고단한 직업에서 떠나 아무런 의무감없이 지내고 그 동안 하고 싶었어도 하지 못한 채소밭도 가꾸고 하늘과 바다를 응시하기도 하며 미루어 놓았던 독서를 즐기려하는 참에 내고향 시골에서 이것이 또 왠일인가 말인가 자문했다.

그렇지만 고향사람들을 실망시킬 수가 없는일이라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지금은 조금 더 쉬어야겠으니 며칠 후 머리가 좀 더 맑아진 후에 다시 만나겠다고하며 돌려 보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니 마을 사람들은 더 못 기다리겠다는 듯이 우루루 다시 몰려와서 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 앞산 비탈진 곳 매마른 땅이 꼭 기름병을 엎질러 놓은 것처럼 젖어 있어 그 표면이 어찌나 반지르르 한지 편편한 돌맹이를 올려놓으면 미끄럼타듯 저절로 미끄러져 아래로 내려간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학자님의 일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더 이상 피할 수 없구나 생각한 학자는 ‘자, 그럼 그곳에 한번 가서 직접 확인해 보세’하며 마을 사람들을 따라 앞 산등성이 비탈진 곳으로 갔다. 아닌게 아니라 그곳은 기름을 끼얹어 놓은 것 처럼, 바싹 마른 땅 가운데 많은 부분이 젖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것 보란듯이 학자의 얼굴을 살피면서 ‘삽으로 한번 파볼까요’했다. 잠시 생각속에 있던 학자로 부터 ‘그렇게 해봅시다’란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 여럿이서 땅을 파기 시작 했다.

땅을 파내기 시작한지 얼마안돼서 돌무더기가 나오고 더 아래로 파헤치니 사람의 뼈가 나왔다. 그 뼈는 무척 오래된 뼈임이 분명하였다. 이래선 안돼겠다고 생각한 학자는 땅 파기를 중단시키고 ‘우리가 함부로 건드릴 것이 아닌 것 같으니 나의 친구 매리나 메리쿠리에게 이야기해서 예산을 타내고 발굴 전문가들을 보내달라고 하겠으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고 했다. 그러고 나서 현장주위에 말뚝을 박고 줄을 들러 경계표시를 짓고 모두들 철 수 했다. 60년대의 영화 ‘일요일은 참으세요’의 주인공 여배우 메리나 메리쿠리가 당시 그리스정부의 문화부장관으로 재직 중일 때 였다.

메리나 메리쿠리 장관은 지체없이 노학자의 요구대로 발굴에 필요한 경비와 발굴단 요원들은 보냈고 어느 좋은 여름날을 기하여 발굴은 시작 됐다.

은퇴한 고고학자는 자신이 생애에서 덤으로 만난 이 우연한 발굴작업에 새롭게 직업적 정열을 쏟아 부었다. 노련한 안목을 지닌 그의 지휘아래 발굴작업은 착착 진행됐다.

돌무더기를 헤쳐내려가니 넓다란 반석이 나타났고 세사람의 뼈무더기가 차례로 발견 됐다. 17살 되보이는 성년이 채 못된 소년은 반석 위에 반듯이 누워 있었고 반석 앞에는 40세 가량으로 보이는 남자가 폭삭 주저앉아 있었다. 반석이 놓인 방에서 밖으로 나가는 문 문지방에는 깨진 항아리와 함께 깔려서 역시 폭삭 주저앉은 30대로 보이는 여인의 뼈무더기가 있었다.

그 소년의 심장부분엔 단검이 있었고 심장 아래쪽 반석엔 구멍이 뚫려있었으며 그 구멍 밑으로는 항아리가 깨어진 채 놓여있었다. 그리고 소년의 손가락에는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그러면 이 정황은 무엇이 어떻게 된 것 일까 ?

며칠을 두고 곰곰히 생각해 본 노학자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며 이를 기록했다.

이 사건은 크레타 섬이 화산활동 절정기에 였던 기원전 4000년전 일로 추정 된다. 2천 500만년 전부터 에게바다에 있는 거의 모든 섬들은 화산과 지진으로 항시 지형이 변하고 있었다.

당시의 크레타 섬 사람들은 끊임없이 일어나는 이 무서운 재난이 지하에 있는 뱀이 노발대발할 때마다 일어난다고 믿었다. 그래서 노발대발한 뱀을 달래는 방법으로서 정기적으로 사람의 신성한 피를 제물로 삼아 땅에 부었다.

이렇게 생각해 본다면 이 발굴된 상황은 간단히 추리될 수 있다. 즉 제물로 선정된 소년은 반지를 끼고 있는데 그 반지는 크레타 섬의 것이 아니고 에집트에서 온 반지다. 그때 에집트를 여행해 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니 이 소년은 어느 양가집의 자제일 것 이다. 더없이 신성한 재물을 선택하려고 좋은 집안 출신을 택한 것이다. 미소년의 피로서 성날 뱀을 달래 보려고 했을 것이다.

제사장은 단검을 높이 쳐들어 반석위에 반듯이 누운 소년의 심장에 정확히 내리 꽂았고 보조역인 여사제는 반석 밑에 빈항아리를 가져다 놓고 피가 가득찬 항아리를 머리에 이고 밖으로 나갈 참에 지진이 났을 것이다.

그해 가을 아테네에서 열린 정례 고고학회의에서 노학자는 이 새로운 발굴작업의 결과를 이렇게 발표한 후 이 내용에 이의나 질문이 있읍니까고 만장한 고고학자들에게 물었을 때 모두들 일어나 질문이 있을 수 없으며 학자의 판단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긴 박수갈채를 보냈다.

불행하게도 그때 이렌느 페라키가 말한 노학자의 이름을 기억할 수 없어서 여기에 학자의 이름을 적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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