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 나들이 4 - 뽈 세잔느와 에밀 졸라
작성자 오천룡 조회수 5203 건
홈페이지 http://ohchunryong.com 작성일 2012.05.13. 12:5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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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 나들이 4 - 뽈 세잔느와 에밀 졸라

2003-7-26

세잔느는 ≪ 한알의 사과로 파리를 놀라 자빠지게 하겠다 ≫는 편지를 인상주의 화풍을 지지하는 ≪ 제프르와 ≫에게 당당히 써서 보낸 적이 있다.

세잔느는 두개의 자물쇠를 놓고 ≪ 마스터 키 ≫를 찾으려고 일생을 바쳤다.

그 하나는 루브 언덕에서 보이는 쌩뜨-빅뚜아르 산이었고 또 하나는 아뜰리에의 사과였다.

그는 쌩뜨-빅뚜아르 산을 그린 44점의 유화와 43점의 수채화를 완성, 미완성으로 남겼지만 한 점도 만족하지 못 했으나 사과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사과를 붙잡고 늘어진 뽈 세잔느의 운명은 ≪ 에밀 졸라 ≫가 만들어 놓았을 가능성이 짙다.

≪ 에밀 ≫은 중학생일때 약골인데다 생각에 잘 잠기는 말없는 문학소년이었다. 그런 에밀을 미워한 학교 왈패들이 마당구석에 몰아 넣고 몰매질을 할 때 ≪ 뽈 ≫이 구해 주었다.

그 것을 고맙게 여긴 에밀은 다음날 아침 사과가 가득히 담긴 커다란 광주리를 뽈에게 갔다 주었다.

이것이 졸라와 세잔느의 우정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석탄 광산촌의 쟁의투쟁과 그 비참한 실태를 적라나하게 묘사한 소설 ≪ 제르미날 ≫과 같은 사실주의문학의 첨단을 달리는 졸라로서는 대상을 왜곡하고 있는 세잔느의 화풍을 끝끝내 인정할 수가 없었고, 그 화풍을 비판하는 글을 씀으로써 서로의 우정관계는 깨져 버렸다.

그러나 세잔느는 졸라에 대한 어렸을 때의 감정을 평생 간직하고 있었으며 그를 멋있는 친구로 평생 잊지 못하고 있었다.

1902년 세잔느는 파리의 유명한 화상 ≪ 볼라르 ≫의 방문을 받게 된다. 그에게 앞으로 다가올 영광을 예고하는 중요한 방문이었다. 같은 날 그는 졸라의 별세 소식을 접하고 엉엉 목놓아 울었다.

파리 7대학에서 한국학을 강의하는 최교수는 우리가 엑스에 간다고 하니 졸라의 집을 한번 보고 가면 어떠냐고 권한다.

최교수의 부인은 미라마와 여학교시절부터 친한 친구 사이였다. 미라마는 서울을 떠나기 전에 최교수 부인에게 파리에 간다는 이메일을 보냈놓았다.

우리가 나의 시골집에서 하루를 지내고 호텔로 오니 마담 최가 벌써 다녀갔고 꼭 만나고 싶다는 메모를 경쾌한 듀피의 그림이 인쇄된 카드에 써서 남겼다.

그날 저녁에 파리를 첫번째 왔을 때에 미라마가 올라가 보지 못했고, 파리에 여러 번 왔던 백전도 안 올라가 본 에펠탑을 올라가 황홀한 황혼의 파리를 내려다 보기로 돼 있었다.

그래서 미라마는 마담 최를 에펠탑아래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미 전에 에펠탑에 올라가 본 조안과 나는 차를 먼데 주차시키고 최박사부부도 따로 기다릴겸 올라 간 사람들이 내려오기를 탑아래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아주 한참만에 모두들 내려왔을 때 최박사부부도 같이 올라갔던 사실을 알았다.

나와 최교수는 중학교 때 부터 잘 아는 사이인데도 파리에서는 몇 년에 한번씩 우연히 만나는 그런 사이가 되어 버렸다. 오늘 만난 것도 근 5년만의 일인 것 같다.

최교수는 우리들 사이에 자기네 부부가 끼면 방해가 안될까 걱정하면서도 미라마가 파리에 3일 있는 동안에 저녁을 두번이나 같이 먹었다.

친구가 몹시 그리운 마담 최가 이제 보면 언제 또 내 친구를 본단말이냐고 안타까워 한다며 선배님들 방해가 안되면 저녁을 같이 먹겠다고 최교수 부부는 에펠탑에서 내려오자 따라 나섰다.

최교수는 우리보다 학교가 2년 아래니 그도 이제 이순을 바라보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청년처럼 보였다.

청바지를 입은 몸매는 아직도 학생처럼 날렵해 보였고 머리도 검었다. 또 그는 젊은 사람처럼 말을 아주 빠르게 하고 정확한 어휘를 구사한다.

정확한 문장을 쓰는 것은 아마도 프랑스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 에꼴 밀리떼르(육군사관하교)≫가 대각선으로 보이는 ≪ 쉬프렝 ≫ 레르토랑으로 갔다. 식당 안은 손님이 꽉 차서 우리는 길가의 노천 식탁에 앉아 저녁을 함께 먹었다.

마담 최는 미라마와 마주앉아 저녁을 먹으며 몹시 좋아했다.

헤어질때가 되어 아쉬어 하는 최교수부부는 저녁을 잘 먹었다며 이렇게 잘 얻어먹고 헤어질 수가 없겠으니 그 다음날 저녁에는 자기들이 잘아는 교외의 레스토랑에 우리를 초대하겠노라고 고집했다.

그 교외에 있는 레스토랑은 졸라의 집 옆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파리의 일정이 바쁘긴 하지만 어차피 저녁은 먹어야 하니까 그렇게 하자고 했다.

파리에서 서쪽으로40킬로쯤 떨어졌다는 졸라의 집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는 월요일 저녁의 퇴근시간 이어서 꽤나 붐볐다.

앞장 선 최교수는 뒤쫓아 오는 내차에 무척 신경을 쓴다. 그의 차와 내차 사이에 다른 차라도 끼어 들면 기어코 그 차를 앞세워 보내곤 했다.

최교수 차가 ≪ 쁘와씨 ≫출구로 나가니 나도 따라 나갔다.

오또루트는 예상보다 잘 뚫려 8시에 예약 한 레스토랑에 너무 일찍 도착하게 되니 고지직한 최교수는 미리 가지 않으려고 도중 마을인 ≪ 빌렌느 쉬르센느 ≫에 차를 세우고 마을을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내자고 했다.

세느강변의 그 마을은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최교수는 우리 일행을 마을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는 중세성당으로 안내했다. 천정모양으로 보아서 시대는 어느 때쯤일 것이며 저기 스텐드글라스는 나중에 덧 붙힌것 같고 파사드의 생김새가 완전하지 않은 걸로 보아서 더 연이어 지을 계획이 있었던 것 같다고 거침없는 설명을 달았다.

성당을 나와 마을을 돌아 세느강변으로 내려갔다. 세느강물이 옛날보다 많이 맑아졌다고들 한다.

우리는 벤치에 앉아 잠시 쉰 후 다시 차를 타고 에밀 졸라의 집이 있는 ≪ 메당 ≫이라는 조그만 마을에 갔다.

조그만 학교교사처럼 생긴 졸라의 집은 이제는 졸라재단이 입주해 있었다. 저녁 시간이라 내부 관람을 못하고 언덕 위에서 집 전체를 조망해 보았다. 마당에는 졸라의 커다란 흉상이 세워져 있었다.

졸라는 이 집을 1877년에 사서 25년동안 살면서 그의 중요한 작품 거의를 여기서 썼다고 한다. 그는 어느날 파리 아파트에 가서 자다가 새는 가스에 중독이되어 사망하고 말았다.

그 언덕에서 강가로 조금돌아 나가니 거기에 우리가 예약한 ≪ Romancier ≫ 레스토랑이 있었다. Romancier는 소설가란 뜻이다. 이 마을에서 살았던 졸라에 대한 경의를 담아 식당이름을 지은 것이리라.

레스토랑 앞 강 건너편은 유원지로 개발된 길다란 섬이 있었고 나룻배 선착장이 있었다. 낮에는 그렇게도 덥더니 오후부터 비가 오락가락하면서 온도가 많이 내려가 꽤 선선해 졌다.

우리는 나룻배가 내려다 보이는 발코니에 앉아 식사를 하였다. 저녁놀에 곱게 물든 강물과 숲을 보고 지나가는 바지선에도 눈길을 던지면서 즐거운 얘기꽃을 피웠다.

무지개가 문득 섬 넘어 저 만치에 떴다. 마담최와 미라마의 우정을 예사스럽게 하지 않으려는 하늘의 조화같이 보였다.

강바람이 서늘하다 못해 싸늘해졌다. 짧은 소매를 한 지공과 나는 여성들의 숄과 머플러를 빌려다 몸에 둘러야 했다.

밤11시가 넘어 우리는 식당에서 일어났다. 식사대를 우리 일행이 내려고 하였지만 마담 최가 어느 틈에 계산을 끝낸 것을 알았다.

최교수 부부 덕분에 우리는 세잔느의 아뜰리에를 방문하기 하루 전 졸라의 집을 볼 수 있었고, 두 위인의 우정을 뇌리에 깊이 새길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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