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 나들이 19 - 프로방스에서 무궁화를 만나다
작성자 오천룡 조회수 339 건
홈페이지 http://ohchunryong.com 작성일 2012.06.15. 15:5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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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 나들이 19 - 프로방스에서 무궁화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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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1-04

뀌뀌롱 연못가 건너편 골목길 입구에는 연보라빛 무궁화가 한그루 서 있었다.

페인트가 벗겨지기 시작한 낡은 흰 벽 앞의 무궁화 꽃봉오리는 움추린 보라색이었다가 활짝 피어나면 연분홍에 가까운 엷은 보라빛으로 환하게 반짝이었다.

무궁화때문에 끌려 들어간 골목 초입에 있는 레스토랑은 저녁 8시부터야 문을 열었다.

짙은 검보라빛 열매가 주렁 주렁 달린 無花果나무를 울타리로 삼은 연못가 레스토랑은 7시부터 문을 여는데, 울타리에 걸어 논 메뉴판을 들여다 보니 얼마나 맛있게 하는지 몰라도 음식값이 보통 비싼게 아니었다.

울타리 사이 사이로 슬쩍 보이는 멋진 커튼을 단 창문속 실내정경과 손님을 맞을 식탁보위의 식기들이 꽤나 우아해 보였다.

그러나 여기서 식사를 하지말고 벼르고 있었던 부이야베스로 프로방스 마지막 만찬메뉴로 하자는데 의견을 모으고 ≪ 베르 ≫ 湖畔에 있는, 조금 큰 도시 이스트르(Istres)로 가 보기로 했다.

지방도로에서 國道 7번 도로로 나와서는 柏田이 지도에서 찾아낸 지름길인 地方도로보다도 더 작은 길로 들어섯다.

國道에도 다니는 차가 없었지만 붉은 흙으로 된 野山의 솔밭사이 좁은 도로는 매우 한적해서 달리는 차는 우리밖에 없었다.

언덕이 많은 한적한 길을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이번 우리의 여행길은 모두 전세낸 길처럼 우리만 독차지한다고 좋아했다.

射線의 오후 햇빛은 차속까지 따가워서 에어콘을 한껏 틀어 놓고 있었다.

그러다가 마침내는 가파른 언덕길 하나를 넘다가 자동차의 힘이 빠지면서 그만 자동차 발동을 꺼뜨렸다.

발동을 다시 걸고자 발을 부레이크 페달에서 떼니 그사이 차가 뒷걸음질을 쳤다.

가파르고 휘어진 길엔 방책을 쳐 놓았고 길밑은 절벽이어서 위험했다.

車를 가볍게 하고자 친구들을 차에서 내리게 한후 나는 에어콘을 끈다음 뒤로 미끄러지지 않고 발동을 다시 거는데 성공했다.

프랑스車는 거의 다 수동으로 기아를 넣는 차들인데 렌트카 회사에서 차를 찾을 때 柏田이 우리가 빌린차가1600 cc 짜리면 우리 다섯이 타고 다니기에는 힘이 좀 부족하지 않을까하고 염려스러워 했던 생각이 그때 났다.

그런데 언덕길에서 더구나 차가 힘을 잃었던 것은 에어콘을 한껏 틀어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차를 언덕 위까지 몰아다 놓고 친구들을 걸어 올라오게 했다.

모두들 큰 난관을 넘긴 것처럼 한숨을 놓았다.

그길을 다 끝내고 국도 113번을 만난 다음엔 一瀉千里로 쌩 샤마로 해서 이스트르로 갔다.

그러나 옛날엔 中世都市였으면서 工業都市化된 港口 이스트르는 매우 번창했고 복잡했다.

우선 都心으로 들어가 주차 자리를 찾느라 中心街를 몇바퀴 돌았지만 금요일 저녁이어서 인지 차를 세울 만한 곳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다가 혹시라도 주차해 있던 車가 나갈라 치면 다른 차가 어느새 나타나 대기했다가 들어가 버리곤 했다.

그래야 고작 나흘간 프로방스의 곳곳을 돌아 다녔을 뿐인데도 많은 人波와 많은 車로 혼잡한 도시, 그리고 도시속의 商店과 소란한 카페를 보고는 우리는 그만 그 어지러운 분위기에 질려 버렸다.

길거리 밖까지 흘러 나오는 시크러운 카페의 음악소리와 우리를 쳐다보는 인파의 시선들이 사나워 보이기만 했다.

그사이 中世마을에서 한가하고 평온한 분위기에 젖은 듯, 복잡하기만 하고 어지러운듯한 현대 市街地가 싫어져서 나는 얼른 여기서 벗어 나고만 싶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면서 또 다시 시내를 한바퀴 돌고 都心 밖으로 나왔을때는 여기서는 브이야베스 먹기를 포기하고 쌩 샤마로 가서 레스토랑을 찾아 보자고 했다.

現代文明의 도시를 떠나 千年前의 도시로 향해 뒷걸음질 치듯, 쌩 샤마로 가는 길은 老松들이 서있는 솔밭사이를 구불 구불거리며 호반을 끼고 있었다.

그 기막힌 길은 자동차 드라이브하기에 안성맞춤한 좋은 경치를 가진 길이어서 아까 지날적에도 그 아름다움을 환호했지만 逆行하면서도 참으로 이쁜 호반의 아스팔트 길이였다.

벌써 호반의 道路上에서 우리는 생각하기를 여행이 끝나면 결국은 저런 복잡한 도시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것 아니냐고 하면서 모두들 이여행이 내일이면 끝난다는 사실을 미리 아쉬워하며 슬퍼했다.

그러나 이스트르에 비하면 쥐 죽은 도시와 같은 쌩 샤마엔 行人도 없고 레스토랑도 보이질 않았다.

이러다 우리의 마지막날 저녁을 굶는 게 아닐까 했는데 요행이 行人을 만나 행인이 손짓으로 가르켜 준 방향에서 ≪ 라 베르즈리(La Bergerie : 羊우리) ≫ 라는 레스토랑을 찾아 냈다.

시간이 늦기도 하여 하머터라면 저녁을 굶을지도 모르는 아슬 아슬한 순간에 찾아낸 식당은 우리가 맨날 지나 다니던 플라비앙 다리 앞쪽에 있었으나 간판이 눈에 잘 뜨이지 않게 돼 있었다.

레스토랑 속에는 길거리에는 없던 왠 사람들이 커다란 식당홀에서 북적였다.

微笑로 우리를 맞아 준 엘렌(Elen)이라는 女主人은 우리를 홀 가운데 圓卓에 안내해서 둥그렇게 앉혔다.

높히 들보와 대들보가 노출된, 위에서 아래로 비스듬한 천정과 돌맹이로 된 벽에 거대한 벽난로가 뚫여있는 홀에는 古家具가 구석 구석에 놓여있고 現地作家들이 그린 프로방스의 풍경화들이 돌벽을 원근법으로 멀리 뚫어 놓고 있었다.

羊들과 牧童들의 평온한 안식처였을, 오래된 양우리 여러채를 개조해서 레스토랑으로 만들었다고 엘렌이 설명했다.

그러나 여긴 우리가 바라던 부이야베스는 없었다.

그러나 저러나 목이 말랐던 우리는 아페리티프 대신에 柏田이 시키는 드미를 따라서 시켜서 목을 추겼다.

그리고 전식으로는 엘렌이 추천하는 ≪ 갖가지 생야채 쟁반 ≫과 12가지 향료를 넣어 만들었다는 12가지 ≪ 프로방스 드레싱 ≫을 택했다.

셀러리와 같은 갖가지 생야채를 갖가지 드레싱에 찍어 먹거나 발라 먹는 것이었는데 우리네가 상추를 고추장이나 된장에 곁들여 찍어 먹는 식사법과 유사하다고 조안이 지적했듯이 맛보다는 재미가 있었다.

우리는 포도주로 2000년도 ≪ 꼬또 댁스 앙 프로방스(Coteau d’Aix-en-Provence) ≫ 한병을 마시고 두번째 병으로는 1999년도 ≪ 레 보드 프로방스(Les Beaux de Provence) ≫를 시키며 프로방스의 마지막 저녁을 즐겼다.

그리고 현대의 이스트르를 탈출해서 옛 羊우리속에 평온하게 앉아 있다는 사실을 무척 다행으로 모두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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