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 나들이 16 - 뤼브롱산의 라벤더 꽃밭
작성자 오천룡 조회수 3487 건
홈페이지 http://ohchunryong.com 작성일 2012.06.11. 16: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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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 나들이 16 - 뤼브롱산의 라벤더 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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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29

7월4일 금요일

어제밤 늦게 잤는데도 가쁜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았다. 눕자마자 나무토막같이 쓸어져 내처 잤는가보다.

식탁에 나온 친구들도 그랬던지 기분이 모두 상쾌해 보였다..

그런데 마콩에서 온 프랑스인 일가족은 아침 식탁에 나타나지 않았다.

민박집주인이 소개해 준 레스토랑에 가서 어제 낮에 먹은 부이야베스 요리가 정말 맛있었는지 오늘 아침 이야기해 준다고 했는데 미리 떠나 버렸나 보다. 맛있었다면 우리도 그집에 갈려고 했는데…

그대신에 벨지움 車번호를 달고 어젯밤에 도착한 젊은이 한쌍이 식탁에 나와 앉았다.

우리가 어제 밤 늦게까지 객실 현관에서 떠들었기 때문에 이 벨지움 젊은 남녀의 안면을 방해하지 않았는지 걱정이 된다. 그러나 그런 내色을 내 보이지 않고 우리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靑年은 ≪ 앙베르(Anvers : Antwerpen) ≫ 교향악단의 첼로주자였다.

스테파니가 사 온 역시 맛있는 바겟뜨빵으로 아침을 먹고 나서 우리는 오늘 日程으로 세운 뤼브롱(Luberon) 山으로 향해 길을 떠났다.

쌩-사마를 나와서 고속도로를 타고 ≪ 살롱 드 프로방스(Salon de Provence) ≫를 비껴 지나 엑스앙프로방스로 가다가 國道 7번과 地方도로 10번을 통해 山 남쪽 ≪ 까드네(Cadenet) ≫까지 순조롭게 달려 갔다.

≪ 알삐으 ≫ 산맥과 비스듬히 동북쪽으로 연결된 ≪ 쁘띠(小)뤼브롱 ≫ 과 ≪ 그랑(大)뤼브롱 ≫은 ≪ 알프스 ≫山과 지중해 中間에 장벽처럼 떡 버티고 있는 산맥이었다.

이 뤼브롱 地方은 크고 작은 많은 계곡들 때문에 햇빛에 따라 기복이 심한 陰地와 陽地로 나뉘는 풍경이 점철됐고, 절벽에 걸터앉은 中世 성곽도시와 다른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신비한 ≪ 보리(borie : 돌로 지은 조그만 둥근 움막집) ≫마을을 복원하여 보존하고 있는 道立공원이고 자연보호지역이다.

≪ 그랑 뤼브롱 ≫의 남쪽 기슭, 까드네 부터 ≪ 라방드(Lavande : 라벤더) ≫밭, 올리브 밭 그리고 덤불숲이 시작되었다.

파리에서 ≪ 꼬뜨 다쥐르(La Cote d’Azur : 마르세이유에서 이태리 까지의 지중해 연안지역) ≫ 로 직행하는 國道로 너무나 유명했던 ≪ 나쇼날 셋뜨(National sept : 국도 7번) ≫ 위를 잠시 달리기도 하면서 까드네까지 유쾌한 드라이브를 했다.

그러나 까드네로 들어 가는 길에서 만난 로터리에 웬 男女들 서너명이 도로를 가로 막고 차를 길옆에 반강제로 세우고 있었다.

우리차를 세운 한 여성은 자기네들은 고아들을 돕기 위해서 ≪ 깻뜨(quete : 의연금)를 모으는 중이라고 재빨리 말하면서 겹겹이 겹쳐든 ≪ 챙달린 모자(야구모자) ≫를 사달라고 빨강색과 파랑색 모자를 차창 속으로 디밀었다.

프랑스에 한국고아들이 많다는 생각이 왜 그때 불현듯 났는지 몰라도, 왠일인지 그 모금이 얼떨결에 이유있어 보였고 이유있게 보인 나의 시선과 마주친 伯田은 잠자코15유로(미화15불상당)를 주고 모자를 받았다.

그렇게 파는 모자인지라 잘 만들어진 것이려니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그 모자는 너무도 조잡하여 당장 내 버려야 할 엉터리 물건이었다.

프랑스에 살면서 차를 강제로 세우고 돈을 요구하는 이런 일은 처음 당하는 일이었다. 수상한 무리들에게 졸지에 돈을 빼앗긴 일이 불유쾌했다.

이런 일을 만났을 때 機智로 물리치지 못했다는 것이 친구들에게 좀 미안했다.
파리 지하철 사건, 보-드-프로방스의 화장실 사건에 이은 세번째 사건이다.

까드네에서 ≪ 압뜨(Apt) ≫로 넘어 가는 길은 비탈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왕래하는 자동차가 거의 없어서 독일에서 온 관광버스 한대와 자전거를 홀로 타고 산을 넘고 있는 女性 사이클리스트 한 사람을 만났을 뿐이다.

자전거를 홀로 타고 가는 용감한 그 여성은 우리가 길가에 차를 세우고 지도를 꺼내 볼때마다 우리를 금시 추월하곤 했다.

햇볕 쏟아지는 계곡아래 각도가 급해진 언덕길 오른편으로 연보라빛을 띈 밝고, 진한 靑色의 라벤더 밭이 펼쳐져 먼데서도 찬란하게 보였다.

山에 올라와 라벤더 큰밭을 처음 보게된 柏田은 車를 좀 세우고 구경하자고 했다.

정지한 상태에서 바라다 보는 라벤더 밭은 훨씬 넓고 길었다.

엷은 보라색이 얹혀진 라벤더의 빛나는 청색은 햇빛을 받아 영롱한 색상을 내 뿜어 우리의 눈을 화려하게 자극했다.

가슴이 확 트이도록 넓은 하늘과 라벤더 靑色띠를 감고 있는 계곡이 펼쳐 논 上下의 파노라마에 우리가 황홀해 있을 때, 조금전에 추월해 놓았던 자전거가 언덕길을 끝끝내 올라와 우리를 또 다시 추월해 지나갔다.

우리는 땀을 뻘뻘 흘리며 앞만 내다 보면서 페달을 밟는 씩씩한 자태에 반하여 이미 우리 편이 된 사이클 여자선수에게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 테라-코타 ≫같이 햇빛에 붉게 구어진 사이클선수는 꽉낀 유니폼으로 인하여 몸매가 더욱 날렵해 보였고, 페달을 딛고 있는 장딴지엔 근육이 불끈 솟아서 팽팽했다.

柏田은 이때다 생각했는지, ≪ 누가 프랑스인들을 허약하다고 그랬느냐 ? ≫고 어제 한말을 또 한번 되풀이했다.

그는 80년대말 ≪ 본 ≫에서 공보관으로 근무할 때 프로방스에 여행왔다가 이 지방에서 ≪ 프로방스의 자이언트 ≫라는 별명을 가진 ≪ 방뚜(1909미터) ≫산 頂上까지 자전거를 타고 올라 가는 철의 다리를 가진 어떤 할아버지들을 보았다고 했다. 그 얘기를 벌써 한 두번 한 적이 있었다.

우리가 ≪ 압뜨(Apt) ≫마을에 닿으니 그 강인한 다리 근육의 사이클 선수는 그제서야 길 모퉁이 커다란 삼나무아래에 서서 땀을 닦으며 쉬고 있었고 우리를 보자 미소로 아까 언덕길에서 받은 성원의 박수에 응답했다.

압뜨부터 뤼브롱頂上으로 가는 길의 山은 더 깊고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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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마루턱에 올라오니 산등성이 좁은 車道 양쪽으로 끝없이 넓은 라벤더 밭이 우리 눈앞에 펼쳐졌다.

독일에서 온 관광버스도 그곳에서 관광객을 풀어놓고 있었다. 우리도 밭 옆에 바짝 차를 세웠다.

우리는 붉은 진흙과 자갈 밭에서 햇볕에 불타 듯 작열하고 있는 청색 라벤더 밭고랑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고, 취한 듯 꽃 이랑들을 바라다 보았다.

그때부터 길 左右로 계속 나타나는 라벤더밭들은, 뤼브롱山 얼굴에 보라빛 퍼런 멍들을 여기 저기 안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무엇에 얻어 맞아서 멍든 얼굴처럼…

그러나 라벤더 밭이 다 그렇게 生生한 밭(꽃밭)이 아니었다.

파리에서 최승언교수가 뤼브롱地方에 사는 친구로 부터 받은 소식은 라벤더 밭이 혹심한 가믐으로 거의 다 타서 말라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었고 그래서 최교수는 라벤더 밭을 소유한 그 친구집을 걱정하고 있었다. 프로방스 농민들에겐 라벤더 재배가 매우 중요한 생계수단으로의 농사일이기 때문이다.

석회질땅을 좋아하는 라벤더는 그런 조건이 좋은 프로방스 산악지대에서의 중요한 특산물이다. 여기에 와 보니 아닌게 아니라 山속 도처의 라벤더 밭은 대부분 말라 죽었고 황폐화 되있었다.

라벤더는 잎을 한번 손에 비비면 오래도록 香氣가 가시지 않는 진한 香을 가졌다. ≪ 라방드(라벤더) ≫라는 單語는 ≪ 씻는데 쓰이는 것 ≫이라는 뜻을 뒤에 안고 있다. 숨은 뜻과 걸맞게 라벤더는 비누, 향수, 향수병,기름 그리고 탈취제 등등을 만드는 원료인 것이다.

프랑스의 가정 주부들은 말린 라벤더 꽃을 작은 쌈지속에 담아서 내복을 넣은 설합이나 옷장속에 넣어두고 옷에 香이 배게하고, 옷장을 열 때마다 향기가 풍겨 나게한다. 이처럼 라벤더는 프랑스인들이 사랑하는 香草 중의 하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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