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 나들이 15-1 얼굴없는 ≪ 아를르의 여인 ≫
작성자 오천룡 조회수 456 건
홈페이지 http://ohchunryong.com 작성일 2012.06.11. 16: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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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없는 ≪ 아를르의 여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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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19

파리행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 밤의 까페 ≫에 앉았던 반 고호와 고갱은 까페 주인인 마담 Ginoux를 모델로 해서 각기 초상화를 그렸다.

이 약식의 민속의상을 입고 있는 마담 지누의 초상화를 ≪ L’Arlesienne : 아를르의 여인 ≫dl라고 제목을 붙쳤다.

그런데 이 초상화를 흔히들 말하는 아를레지엔느 라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 ?

프랑스말에서 ≪ L’Arlesienne ≫라는 말은 ≪ 모든사람이 말하고 있는 사람(인물)이지만 한번도 본적이 없는 사람 ≫ 즉 그 사람이 누구인 줄 모르면서도 그 사람을 지칭할 때 쓰는 말이다.

다시말해서 ≪아를레지엔느≫는 얼굴이 없는 인물 즉 유령이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 누가 아를레지엔느의 역을 맡고 있다 ≫라고 하는 말은 ≪ 누군가가 전혀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어떤 역을 맡고 있다 ≫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그러면 아를레지엔느가 이런 의미를 갖게 된 유래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

≪ 알퐁스 도데 ≫의 ≪ 풍차 방앗간 편지 ≫에 실린 이야기 ≪ 아를레지엔느 ≫를 ≪ 까르멘 ≫을 작곡한 ≪ 죠르즈 비제 ≫가 무대연극의 음악으로 만든 것이 유명한 비제의 ≪ 아를르의 여인 ≫이다

그런데 비제는 정작 주인공인 아를레지엔느를 무대에 끝끝내 한번도 등장시키지 않았다.

까마르그의 한 젊은 농부가 한 아를레지엔느(무대에는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에게 반했으나 그 여인이 不貞한 여인이라는 것을 알고는 그만 이성을 잃고 자살한다는 비극적인 이야기다.

주인공이 한번도 무대에 등장하지 않고 막을 내린 비제의 아를레지엔느에 비유하여서 그때부터 생긴 말이 ≪ 아무도 본적이 없는 사람을 지칭하는 뜻 ≫이 된 정관사가 붙은 ≪ 라를레지엔느(L’Arlesienne) ≫이다.

그렇지만 무대위 ≪ 파랑돌(farandole) ≫ 춤추는 행렬속에 끼어 있었을 아를레지엔느를 관중이 못 알아 봤을 뿐이지, 아를레지엔느도 ≪ 페리아(feria) ≫ 축제에서 생동감이 넘치는 무용곡인 경쾌한 지중해적인 멜로디와 리드미컬한 장단에 맞추어 단속적이고도 급하게 돌아가는 파랑돌 춤을 열정적으로 추었을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춤 행렬속에 있던 매혹의 아를레지엔느는 과연 어떤 여인이란 말인가 ?

춤을 매우 좋아한 마티스는 여인들의 춤추는 장면을 많이 그렸다. 필라델피아 근교의 반스재단에 초청받아 가서 그린 유명한 벽화도 춤이 주제다.

페리아 축제때 벌어진 신바람 나는 파랑돌 춤 행렬을 보고 난 마티스는 파랑돌 무용곡을 휫바람으로 신나게 불어 재끼면서 나체(나체의 여인)들이 덩실 덩실 춤추며 大地위를 뛰어다니는 群舞를 그렸다.

그러면 마티스의 ≪ 대지의 나체춤 ≫ 여인들속에 아를레지엔느가 있다고 봐야 할까 ?

아니면 페리아 년례 축제때 마다 ≪ 아를르의 여왕 ≫으로 선출되는 여왕이야말로 진짜 아를레지엔느 라고 해야 할까 ?

그렇지 않다면 ≪ 오뜨 쿠튀르(la haute couture : 파리의 고급양장점들) ≫가 참가한
≪ 의상 페스티발 ≫에서 아를르 전통의상을 화려하게 차려 입고 단상에 나선 패션 모델을 아를레지엔느 라고 정해 버려야 할까 ?

그럴리가 없다면 옛날부터 뭇 시인들이 읊었던 어느동네 구석에 숨은 어떤 수즙은 여인일까 ?

그것도 아니라면 미스트랄이 세운 ≪ 무제온 아를라텐(Museon Arlaten) ≫ 민속박물관속에 아를르 전통의상을 입고 있는 영원한 마네킹 像이어야 할까 ?

아무튼 선출된 여왕이든지 시인이 사모하던 여인이든지 간에 분명할 것은 아를레지엔느라면 적어도 아를르의 고전의상을 고상하게 차려 입고 있어야 말이 될 것이다.

아를레지엔느를 만나 보자마자, 그 여인은 피렌체産 얇은 타프타 고급천으로 된 머리 리본을 머리에 단, 면사포처럼의 머리쓰개 장식을 하고 있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페티코트를 두루고 머리에 얹은 리본에 핀을 꽂고 십자형 보석장신구들을 조심스럽게 달면서 타프타 리본을 단 머리쓰개로 마지막 분장을 마치고 나면 실존하는 신화처럼 알레고리된 아를레지엔느의 참다운 모습이 탄생될 것이다.

그리고 무서운 검은 황소앞의 투우사가 투우복을 차근차근 순서있게 착용할 때처럼, 아를레지엔느도 옆사람의 시중을 받으며 천천히 레이스 달린 고전의상을 정성껏 차려 입었을 것이다.

화가들은 무대에 선 배우 못지않게 보여지도록 멋을 부려서 고전의상을 차려입은 아를레지엔느의 초상을 즐겨 그렸다.

무제온 아를라텐에 있는 ≪ 알렉산드르 에스(Alexandre Hesse) ≫가 그린 전통의상을 입은 젊은 아를레지엔느의 초상이 그것중 하나이다.

나도 27년 전에 아를르를 방문하고 나서 아를레지엔느의 초상(유화, 81 x 65cm, 1977년작)을 그려서 그녀의 모습을 발현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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