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 나들이 12 - 론강과 지중해가 만든 까마르그 삼각주
작성자 오천룡 조회수 5238 건
홈페이지 http://ohchunryong.com 작성일 2012.05.30. 16:17:04
첨부파일  
프로방스 나들이 12 - 론강과 지중해가 만든 까마르그 삼각주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2003-10-1

< 7월 3일 목요일 >

어젯밤 늦은 취침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일찍 일어나 8시에 식탁에 모여 앉았다.

식탁을 비치는 햇살의 각도와 하늘빛이 어제 아침과 같았다.

여름날 햇볕 퍼지는 정원에 나와 아침을 먹는다는 것은 참으로 상쾌한 일이다.

이슬에 젖어 모로 누운 잔듸밭 풀, 짙은 녹음속의 나무들, 잠이 덜 깬 뺨에 스쳐가는 한줄기 바람, 엷은 구름 몇 점, 풀잎과 꽃잎에서 반짝이는 이슬, 사방에서 들려오는 새소리, 밟으면 발자국 소리가 버적 버적 나는 하얀 왕모래 마당.

정다운 친구 다섯이 이런 정원에 나와 잘 잣느냐 인사를 나누고 활짝 웃으면서 식탁에 모여 앉으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젖빛 파이앙스 커피잔에서 피어 오른 김이 향긋한 커피 냄새를 코로 가져왔다.

조안은 아침커피를 무척 좋아했다.

그 때 마콩에서 왔다는 프랑스인 부부와 아들이 식탁으로 나왔다.

≪ 봉쥬르 ≫를 나눈 그 식구와 어제 보고 다닌 이지방의 풍물들에 대해서 얘기했다.

≪ 무슈 ≫는 오늘 점심엔 ≪ 부이야베스 ≫를 먹고 오후엔 아비뇽에 간다고 자랑삼아 말했다.

이집 주인 쟝-바띠스트가 부이야베스를 잘 하는 레스토랑이 이곳에 있다고 해서 예약해 놓았단다.

아무데나 가면 냉동한 생선으로 하는 부이야베스를 먹게 된다며 그날 그날 아침에 날라오는 갓 잡은 물고기로 요리하는 레스토랑을 소개했다는 것이다.

부이야베스는 여러 종류의 생선을 넣고 만드는 이 지방의 유명한 생선 수프 요리다. 우리도 꼭 먹어 보기로 했던 터라 그 집에 가고 싶으니 정말 잘하고 맛 있었는지 내일 아침에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

우리가 출발을 서두르고 있을 때 식탁을 치운던 스테파니가 저녁을 집에 들어와서 먹지 않겠느냐고 물어 왔다.

여행안내소에서 말하길 우리가 어쩌면 저녁을 매번 민박집에서 먹을지도 모른다고 했더라는 것이다. 그렬려면 지금 정해 주면 좋겠다고 하는 것이 은근히 또 한번 식사를 우리에게 팔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 청을 듣고 나니 그렇게 하는 것이 운전때문에 포도주를 마음 놓고 마시지 못하는 나를 안타까워하는 지공과 백전을 기쁘게 하는 방법 같았다.

우리는 그 요청을 잠시 의논해본 후 좀 늦은 시간에 저녁을 먹게 해준다면 그러마고 했다.

저녁을 꼭7시부터 먹어야 한다면 관광도중에 들어와야하는 문제가 있다고 하니, 늦어도8시반에는 시작해야 겠다고 해서 그시간에 약정하고 ≪ 까마르그 ≫로 떠났다.

우리는 고속도로로 해서 ≪ 늪지대 옆 ≫이라는 ≪ 아를르 ≫까지 간후 거기서 부터 ≪ 그랑(대)론느 ≫와 병행하고 있는 36번 지방도로를 타고 염전이 있는 ≪ 살렝-드-지로 ≫로 향해 가면서 좌우의 늪지대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너른 허허 벌판 늪지대는 높은 반원형 하늘과 끝에서 맞닿아 있었다.

프랑스에서 제일 큰 강인 ≪ 론느 ≫강은 지중해로 빠질때 ≪ 그랑 론느 ≫와 ≪ 쁘띠(소) 론느 ≫로 갈라 진다.

그 대론느와 소론느 사이에 퇴적물이 쌓이면서 태고적부터 생겨난 삼각주를 까마르그라고 불렀다.

론느강이 실어나른 충적토 지대는 지중해와 미스트랄이 합세하여 일년에 10내지 50미터씩 바다로 밀고 나가면서 점점 넓어지면서 까마르그의 풍경을 끊임없이 바꾸어 놓고 있다.

여기를 프로방살들이 오래전부터 철저히 보호 관리해 오면서 세계에서 가장 광활한 늪지대가 됐고, 자연생태계의 보고 노릇을 단단히 하고 있다.

이 보고에는 많은 철새들이 서식하고 야생식물들이 자라난다. 곳곳에 갈대밭과 노간주나무, 유향나무, 청색 엉컹퀴, 위성류, 마거리트, 노랑색 붓꽃, 수선화, 나르시스등등 수 많은 나무와 꽃들 그리고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이 늪지대 한 지역에는 허가 없이 캠핑을 할 수 있는 곳을 지정해 놓고 황량한 자연을 만끽하고 원시적인 야외 생활을 경험할 수 있게 한 곳이 있다.

왼쪽에 갈대밭이 나타나더니 가운데에 ≪ 쌀 박물관 ≫이 있다는 표지판이 차장으로 스쳐 지나갔다. 여기는 또 프랑스에서 유일한 쌀 생산지로서 논이 많다.

바이오 식품으로 인기가 있는 까마르그산 쌀은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탓인지 밥을 지으면 약간 짭잘한 맛이 난다.

무엇이든지 모으면 정리하고 분류하는 것을 좋아하는 프랑스인들 인지라 쌀 박물관도 만들어 놓은 모양이다.

도로옆에 정차한 차 한대가 있고 사람들이 내려서 벌판을 일제히 바라보고 있어서 우리차도 네델란드차에서 온 그 차 뒤에 차를 세우고 내렸다.

망원경을 꺼내 벌판을 훑어보자니 비파모양의 뿔을 치켜세운 검은 소 한떼가 멀리서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크게 보였다.

유명한 까마르그 검은 황소다. 이 황소들은 페리아 축제때 경주룰 시키거나 님므와 아를르 투우장(원형경기장)에 투우로 출전시키거나 식용으로 삼기 위해 방목하고 있는 것이다.

벌판을 경계로 한 엉성하고 낮게 쳐진 철망주변에 눈을 주었던 미라마가 놀랜 목소리로 ≪ 이것좀 보세요 ≫ 하고 갑자기 소리쳤다.

미라마가 가르키는 곳을 보니 무성하게 자라난 엉컹귀 줄기마다에 어린 달팽이들이 촘촘히, 그것도 너무 징그럽게 아주 많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달팽이들은 엉컹귀 줄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철조망 나무말뚝에도 겹겹이 뭉쳐서 붙어 있었는데 마치 벌 한떼가 나무줄기에 모두 커다랗게 뭉쳐 달라 붙어 있는 모양과도 흡사했다.

달팽이 하나를 떼어내어 들여다 본 미라마가 ≪ 말라 죽어서 빈 껍데기 뿐이군요. 그런데 무슨힘으로 꼭 살아 있듯이 붙어 있네요 ≫하고 의아해 했다.

그렇지만 우린 다음날 아침 민박집 마당에서 꼭 죽어 있었던 그런 달팽이 빈 껍질들이 잔디에 주는 자동살수기 물을 맞고는 다시 살아나서 움직이는 것을 보게 됐을 때 얼마나 놀라워 했는지 모른다. 끈질긴 생명력에 그만 섬
Total : 76개 (page : 2/6)
처음 페이지 이전 페이지 1 2 3 4 5 6 다음 페이지 마지막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