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아! 1970년 미술반 사진
작성자 오천룡 조회수 13262 건
홈페이지 http://ohchunryong.com 작성일 2010.11.11. 20:15:56
첨부파일 첨부파일1957_kyunggi_higt_school_paris15[1].jpg
*** 사진: 경기중고등학교 교정, 캔트지 4절지에 그린 1957년 중학교 3학년때 그린 수채화

신교수가 올린 이 사진을 보며 40년이란 세월의 흐름이 터무니없도록 무섭게 느껴지네.

다이아몬드 명찰의 교복, 28명의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앉아있는 나는 주먹을 불끈 쥔 것이 무슨 결심을 앞둔 것 처럼보이네. 그 결심은 아마도 프랑스로 정처없이 곧 떠날 날을 앞둔 그 깊은 뜻으로 보이네.

나는 몇년전인가 일시귀국때 불현듯 내 어린시절의 꿈이 몽땅 담겨있는 중학교 미술반 건물을 보고싶어서 화동언덕으로 향하고 있였네.

내가 드나들던 학교정문엔 정독도서관이라 적혀있고 비탈길을 올라가니 빤빤한 땅 너른 운동장은 나무와 잔디가 심겨져있었지만 교정과 학교 본관건물은 예전 그대로 모습으로서 보여주고있었네.

방문객이 된 나는 대뜸 본관현관으로 들어가서 별관을 곧장 통해서 옛 중학교교사를 거쳐서 맨 뒷뜰로 나갔네. 뒷뜰로부서의 미술반 건물로 올라가보려니 철책을 쳐서 문을 만들고 들어가지 못하게 자물통으로 잠가 놓았네.

나는 다시 본관으로 내려와 서무과를 찾아가 어느 젊은이가 사무를 보고있는 사무실책상앞에 서서 이렇게 말하였네.

“안녕하세요, 나는 이학교에 다니던 사람인데 저 꼭대기 끝에 있는 흰 건물에 들어가 보고싶습니다. 가능할런지요? 그 건물은 그때 미술반건물이었구요, 그때 나는 미술반원이어서 한번 보고싶습니다”

그 젊은이는 백발이 성성한 나를 힐끗 보고나서 아무말도 없이 책상설합에서 두개의 열쇄를 내밀며 하나는 그 건물의 문열쇄입니다, 방문해 보신 후 도로 가져다 주세요했네.

철책 문을 열고 몇개의 계단 옛 그대로의 돌 계단을 올라가 미술반건물앞에 다달아 섰네. 기억을 잃어버렸다 다시 찾는 ‘마음의 행로’ 주인공처럼 된 나는 가슴을 울렁거리며 열쇄를 문에 꽂는 순간 나의 사춘기 시절에 연이어 꽃폈던 나의 청춘시절로 몰래 잠입하는 듯한 황홀한 기분에 사로 잡혔네.

미술반 현관에 발을 딛고 두번째 미술반 문을 열자 그 속은 어둠컴컴하기만 하였는데 차차 무엇이 있는지 보여지면서, 거기에는, 인쇄하다만 책이 층층이 쌓여있고 커다란 인쇄기가 주인공으로 있는 비밀스러운 인쇄공장으로 변한 것을 알게되였네. 북향으로 난 그 넓다란 창문 유리창은 꺼먼 종이로 도배를 했고 아래 윗층과 준비실의 다른 유리창들도 반투명종이를 발라 놓아 외부로 부터의 빛을 차단해 속은 어둡기만 하였네.

그러니까 중학교 3학년때부터 고등학교졸업하고 미술대학시절을 거쳐 이 중학교 미술교사로 재직할때까지, 아니 프랑스로 출발하기까지의 그 15년동안 드나들던 미술반공간이 이렇게 변하게 될 줄이야 그 누구 알았겠나? 그러나 그 캄캄한 공간에서 나는 나의 빛났던 꿈의 보금자리를 확인하는 기쁨을 누릴수 있어서, 난 몰래 눈물이 났네.

이 미술반 건물은 공부벌레들만 득실 거리는 융통성 없고 낭만이 없는 학생들만이 다니는 일류 학교일뿐이라는 세간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 아니다 결코 그렇지만 않다를 과시하기위해 음악당과 함께 새로 지은 자랑스러운 건물이었네.

그 1970년은, 1900년 구한말 우리나라 최초의 관립중학교로 설립된 경기중학교가 개교된지 70주년이 되는 해로서 여러가지 개교기념행사가 치뤄졌고 그 가운데 경기중학교미술반 출신 미술가들 전시회도 열렸네.

도불을 앞둔 나는 시간이 좀 있는 미술반출신으로 지목되어 그 전시회를 주관했고 1970년 10월3일 개교기념일에 맞추어 광교옆에 신축된 최신식건물인 조흥은행본점 2층 로비에서 미술반출신 졸업생 전시회를 성대하게 개최했네.

사진에서 주먹을 불끈 쥔 나는 아마도 어려서부터 꾸워온 청운의 꿈을 펼치려 파리로 날아가서 반드시 어떤 화가가 꼭 되리라는 결심을, 이 사진을 찍는 순간 다시 다짐 했던 모습일테고, 그리고는 나에게, 여기에 나를 둘러 싸고 함께 앉아있는, 지금은 나이 50줄을 넘겼을 그때의 똘똘이들 28명은 다들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삶을 살고있을까 잠시나마 생각하게 해주고 있으니…

신교수의 이 선물에 감사드리네,

2010-11-11 파리에서 오천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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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 40년 걸어다닌 파리 스토리 오천룡 2011.01.11 13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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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답글 [답변] 잘 있었고 건강하다는 소식으로 믿겠네. 오천룡 2010.05.26 13480
275    답글 [답변] 잘 있었고 건강하다는 소식으로 믿겠네. shinkwas 2010.05.27 13001
274 화가 오천룡의 새 그림들 김원 첨부파일 2010.05.26 13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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