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한국의 예술가들에게 선언함
작성자 오천룡 조회수 11632 건
홈페이지 작성일 2004.11.16. 15:4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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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교수,

아니, 신교수 보다는 나에겐 신형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

마치 이국만리로 안타까이 시집 떠나 보낸 내 딸아이가 잘있더라는 소식을 주신 듯, ≪ 죽음과 절망을 떠나 보내던 날 아침 사진 ≫의 ≪ 나의 측은한 표정 ≫ 을 달래라도 보시려는 듯, 시골 먼길에서부터 올라와 여의도에 가셔서 사진을 일부러 찍어 올려 주신, 홀로코스트 전시장에 걸린 그림을 보면서, 그리고 형의 모습에서 나보다 더욱 딱하고 가엾은 표정과 무기력함을 보면서, 오늘도 계속되는 착잡한 심정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어저께도, 십년에 한번 만날까 말까 한, 그렇지만 절친한 나의 친구들 중의 한친구가 부부동반으로 여의도 의원회관에 갔다왔노라 하면서 친구를 대신하여 그의 부인이 다음과 같은 기막힌 사연을 이메일에 적어 보내 주셨습니다.

≪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삶조차 허용되지 않는, 살아 있으나 살아 있는 것이 아닌, 생지옥이라고 밖에는 더이상 어떻게 표현해 낼 수 없는 곳이 우리의 북녘땅 이었노라 하셨으며, 그동안 얼마나 우리 동족의 아품에 무관심했는가를 통탄하노라 하셨으며, 누가 저 동포를 구해 준단 말인가 하셨으며, 가슴에 납덩어리를 품고 집에 돌아 왔노라 ≫ 하셨습니다.

나는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르고 공연한 열변을 토해 답으로 써 드리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나는 자면서 생각하고 새벽녘에 자리에서 눈을 떴을 때, 답장으로 보내드린 이메일의 제목을, ≪ 위대한 작가의 작품앞에서 ≫ 란 제목으로 온 그 이메일 제목 그대로 해서 답하지 말고 ≪ 해외에서 한국의 예술가들에게 선언함≫이라고 제목을 고쳐서 부칠 걸 그랬구나 했습니다.

≪ 해외에서 한국의 예술가들에게 선언함≫이라고 했었을 그 이메일 답변글은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습니다.

≪ 경애하는 부인,

부인께서 보내주신 감동적인 표현은 북한의 생지옥같은 처참한 상황을 따듯히 어루만져 주셨습니다. 그 마음속의 손길은 얼음덩어리와 같을 생지옥의 북녘땅을 눈 녹듯이 녹아 내리게 하여 자유의 지상낙원으로 곧 바뀌게 해 주고야 말 것이다라는 확신을 제게 갖게 했습니다.

그런 참뜻을 가지신 내외분께서 여의도까지 발걸음을 옮기셨다는 소식은 그 나의 그림을 착수해서 완성할 때까지 가슴속 깊숙히 까지 쌓여져 떠날 줄 모르는 엄청난 량의 슬픔을 잠시 잊도록 했습니다.

한반도 반쪽 북녘땅에서의, 세상에 두번 다시 없는 악독한 세습적 독재체제 밑에서 반세기 이상 지속되고 있는 우리동포의 억압된 괴로움과 슬픔을 그 반쪽 남쪽땅에서들은 죽어라 모른척 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역사속에 영원토록 저질러 남기는 가장 큰 죄악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모른척하는 것 보다 더한 것은 알고 싶지 않은 반인류적인 나쁜 사고방식입니다.

지구상 어느 역사에서도 동족의 불행을 같은 체제속에 있지 않다고하여 무감각 속에 태평한, 현대 민주국가에서라면 내세우기 마련인 ≪ 연대의식 ≫이 전혀 없는, 그런 이기적인 민족은 일찌기 없었습니다.

만약에 민족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가 해결하고 싶다면, 거기에는 아무런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한마음 한뜻이 된 후에라야 그 문제가 풀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마음 한뜻은 다름이 아니고 반인류적인 독재자는 지구상에서 없어져야 한다는 인류의 안전과 자유-평등사상의 기치를 내걸고 우리에게 수치스로운 북한의 독재자가 하루라도 빨리 사라지도록 하는 일입니다.

누군가가, 독재자를 비호하고 옹호도 하면서 사라지기를 바라겠다는 것은 본인들이 살아있는 동안만 평화를 누리고 평안하고자 하는 비겁함 때문입니다. 시간과 세월이 흐르면 흐를 수록 독재자의 만행은 더욱 기승을 부렸고, 앞으로도 더 더욱 부릴 것이니 그렇게 만행을 저지르도록 악을 키우면, 악앞에 결국 무릎을 꿇어야 하는 뒤늦은 창피와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자초하고야 말것 입니다.

정치꾼들과 장사꾼들은 이문제를 절대로 해결해 내지 못할 것임이 시간이 갈수록 명확히 증명되고 있습니다. 정치로 속이고 장사로 돈을 더많이 벌기 위해서 악과 손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내력이 없을 일반서민층 국민 각개인 일지라도 그 해결을 위해서는 속수무책입니다. 왜냐하면 나혼자 우리가족만 잘살고 잘먹고 잘놀기 위한 목표만을 세워 왔기 때문입니다.

엊그제가 베르린 장벽이 무너진지 15년째 되는 날 이였습니다. 독일 국민들은 아직도 그날의 감격을 잊을 수 없다면서 지금 옛 동독땅에 실업자가 200만명이 넘지만 동독이 서독과 합쳐져 통일된 것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동독의 한 실업자가 장벽이 있었던 곳에서 굳건히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동독이 무너지고 얼마되지 않아 북한이 넘어질 차례라고들 했는데 파리에 들려가는 한국인들은 자기네가 원하기만 하면 북한을 금방 무너트릴 것 같은 오만을 떠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동독과 같은 절차를 밟아 합치면 않된다면서 남북통일보다는 남한이 더 부자가 되기위해 경제발전에만 더욱 힘을 써야 한다라는 웃습지도 않은 미련한 말을 남기며 지나가 곤 했습니다. 지금 합쳐지면 남한국민이 이제 껏 번 돈을 북한사람에게 다 나누어 주어야 한다는 까닭을 내세우면서. 다 나누면 또다시 다 가난해 진다나 뭐라나 하면서.

그때 그사람들은 세상에 모르는 것 없이 다 아는 척 했지만 다른나라 사람들이면 다 아는 무엇을 먼저해야 한다는 순서만은 모르는, 말만 많은 지식인들이거나 돈벌기에 눈이 먼 장사꾼들이었습니다.

우리민족의 불행인, 북한운명에 울분을 토해 인도주의에 호소해서 몸속의 피가 끊도록 해 줄 역할을 할 사람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면 그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사람들은 정서에 예민한 예술가들 일것 입니다.

현세를 비판할 능력을 가진 예술가들은 모두 일어나서 이 비극을 예술로 승화시켜 우리민족을 감동시키며 분개하도록 자극해야 합니다.

능력있는 시인들이 피를 토해내는 울분으로 비극의 서사시를 지어야 합니다. 로멘틱한 시만 좋아할 게 아닙니다.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는 허무한 시도 사랑할 때가 아닙니다. 모든 류의 시가 자유롭게 존재해야 한다면 울분의 시도 존재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

웅대한 문필가가 나서서 현재의 이 비극을 작가가 생명을 건 작품으로 써서 국민을 감동시켜야 합니다. 우리민족이 당한 이 전대미문의 비극은 한국의 대문호가 마침내 탄생할 수 있는 역사상 절호의 챤스임을 문학가들은 알아야 합니다.

아마도 프랑스나 영국에서나 이런 참극이 자가나라에 반세기동안 벌어졌다면 프랑스의 대문호와 영국의 대문호가 줄줄이 탄생하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작곡가는 작곡가대로 가슴이 미여지는 슬픔을 선률로 울려 퍼지게 한 시벨리우스의 음악처럼, 핀란드 국민을 울렸듯이 한국국민을 울도록 하여야 합니다.

미술가는 미술가대로 북한동포의 절망을 대 프레스코 벽화로 세상에 고발해서 동포를 구원하는데 앞장서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나라에도 고야도 있었고 들라크로아도 있었으며 피카소도 있었다고 자랑할 것이 아닙니까 ?

시인, 문필가, 음악가, 미술가들이여 비극을 예술로 승화시켜서 잠자는 지식인들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켜 주십시다. 지식인들과 지성인들을 깊은 잠에서 어서 깨어나게 합시다.

인류역사에서 인류의 밝은 방향이 어느 쪽인지 언제나 인도했던 현명한 지식인들은 한국에서는 지금 다 죽어 버렸거나 죽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어느 때부터인지 모르게 물질앞에 매우 약해진 지식인들은 수없이 많아졌고 그들만이 간직할 수 있었던 믿음직한 생각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버리고 헛말만 하고 있어서 믿을 곳이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예술가들이여 ! 울분을 토해 낸, 위대한 작품으로 비극을 말할 줄 안다면 그것은 반드시 인간의 참다운 본성을 울어나게 할 호소력을 발휘할 것이니, 북녘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인류적인 범죄행위와 학살행위를 묵인하면서는 결코 살 수 없노라는 분개를 일깨워 줄 때, 그때부터 우리민족의 비극적 운명은 밝아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저는 굳게 믿습니다.

경애하는 부인께서 전해주신 참다운 생각이 제게 더 큰 생각이 들도록 해 주셨기에, 그 울어난 생각을 이렇게 참담히 전해 드립니다.

모쪼록 안녕하시기를 바라오며 나의 친구의 안녕을 함께 첨가 합니다 ≫

신형, 저는 이렇게 쓴 글을, 어제밤 잠들기 전에 그 부인께 보내드리지 않고는 잠잘수 없었습니다.

가을비 축축히 내리는 여의도 아스팔트 광장위를 어제 낮, 나란히 컴컴히 걸었을 형내외분의 앞모습과 뒷모습을 눈앞에 선히 떠 올려 보면서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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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답글 죽음과 절망 중앙부분 확대 오천룡 첨부파일 2004.10.30 11577
19     답글 죽음과 절망 왼쪽부분 확대 오천룡 첨부파일 2004.10.30 11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