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죽음과 절망을 그린 이유
작성자 오천룡 조회수 11838 건
홈페이지 작성일 2004.10.18. 20: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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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경순씨와 동기시고, 독일에서도 서울에서도 벌써 오래전 부터, 제 그림을 많이 알고 계셨으며 근자에는 제 졸문들을 쭉 읽어 보시고 계시다는 말씀과 함께 오늘은 고마운 글까지 남겨 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인사 드림니다. 그러나 변변치 못한 글과 치졸한 그림의 여러가지 면을 돌이키면 매우 부끄럽습니다.

더구나 제 못난 글중의 하나인 ≪ 내가 키운 오리 ≫ 이야기가 미국의 산문작가 Henry Thoreau를 연상시키고 있다는 말씀에 더욱 부끄럽군요.

아마도 지금 계신 곳은 미국인가 봐요 ?

≪ 시대-장소-인간-예술-자연 ≫ 이라는 ≪ 필연적인 삶의 사슬 ≫은 미쳐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나열된 그 중요한 단어들의 연결에서, 화가로서 한세상 사는 의미가 힘있게 느껴 왔습니다.

"Death and Despair" 는 금년초 부터 9개월 동안 매달려 그린 그림입니다. 한달전에 사인을 하고 붓을 놓았습니다. 이그림은 지금 서울에 가 있습니다.

11월 8, 9, 10일 사흘동안 서울에서 열리는 North Korean Holocaust 전시회에 출품될 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전시회는 북한의 인권참상과 탈북민의 실상을, 별 관심없는 듯이 바라 보기만 하는 듯한 한국인들에게 통렬히 고발해 보고자 하는 전시입니다.

전시회에는 지난 10여년간 수집된 사진, 수기, 그림일기, 모형, 기록영화, 강연과 증언으로 여의도 국회의사당 국회의원 회관 로비와 강당에서 열림니다.

저는 전시회 주체측으로 부터 부탁을 받고, 화가로서 처음으로 자진해서 아름답지 않게 하여야 하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화가인 미술가는 대상이 무엇이든 작품으로 아름답게 만들어 놓는 쟁이를 말할 것입니다. 그럴 것이 어려서 부터 화가되기를 꿈꿨을 때 저는 세상을 아름답게 꾸미고 싶었을 것입니다.

소묘실 모델이 아무리 추하게 생겼어도 아름답게 그리려고 했을 텐데 아마도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자신도 모르게 고대 그리스 인들과 같이 이상의 세계로 여겼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학교교육을 통하여 그렇게 습관됐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저는 주굴주굴한 늙은이를 그리려 해도, 늙은이로 표현이 안되고 젊은이로 밖에 표현이 않돼서 한때 애를 먹었던 기억이 생생하고, 아름다운 풍경이나 정물을 보면 그 아름다움을 탐내서 단박에 그림으로 옮겼지만 더럽거나 처량한 것은 쳐다 보지도 않았거나 피했었습니다.

나는 죽음과 절망을 그려야 했을 때 어떻게 그려야 할지를 몰랐었습니다. 더군다나 사회적이고 정치적일 수 있는 테마를 주제로 삼는다는 것은 자칫하면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니까요.

나는 2년여전, 피카소의 ≪ 한국에서의 학살 ≫이라는 그림이 얼마나 성의없게 피상적으로 그려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상적 선전물로서 얼마나 많이 그것이 이용됐는 가에 대한 글을 써 보면서, 그 그림을 그릴때와 피카소가 게르니카를 그릴 때와를 비교해서 비판했고, 사명을 갖고 그들의 시대를 반영한 작품들을 만든 미술사속 화가들 중에서 고야와 들라크로아가 의도한 그 사명은 과연 무었이었던가를 설명해 보았습니다.

저는 그글의 끝에서, 만약에 내가 아직도 화가라면 나의 조국의 북녘 땅에서 반세기 이상 유린되고 있는 인권과 삶, 탈북민들의 처참한 실상을 외면하지 말고 직시해서 그림으로 그려야 하고, 그것을 세계 사람들에게 그림으로 보여 줄 수 있어서 우리 북한 동포의 자유를 찾아 주어야 한다는 심정을 일으키게 해야 한다고 생각 했습니다.

우리나라 한반도 지금의 문제는 북한의 핵무기 소유문제 때문도 아니요, 미국이 그것때문에 선재공격을 하게 될 것이라는 문제도 아니며, 제 생각으로는 오직, 북한동포들의 인권이 영원토록 짓밟힐 것 같은 악랄한 독재의 계속과 배고품에 못견디어 탈출하는 탈북민들에 대한 방관이 문제라고 봅니다.

북한이 하나의 나라라고 주장 할려면 자기나라의 백성이 우선, 살도록 책임져야 합니다.그래야 국가이고 나라 입니다.

북한동포도 우리나라 민족이다라고 생각 할려면 그들 모두의 자유를 남한국민도 책임져야 합니다. 북한사람들도 지구상의 인류라고 생각 할려면 모든세계는 그들의 자유를 책임져야 합니다.

북한의 독재체체가 없어져서 인권이 존중되고 굶주리다 못해 죽음을 무릅쓰고 탈출하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어야지만 비로서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 수 있습니다.

≪ 한반도의 평화 ≫ 라는 미명아래 독재자를 비호 하여야 한다는 그런 어리섞은 평화를 바라는 민족은 이 세상에 없었으며 인류역사에 그런 사실이 있었었다고 절대로 적혀 있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민족이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기전에, 이 ≪ 죽음과 절망 ≫이 한반도에서의 평화가 하루 빨리 오도록 하게 하는 역할을 조금이라도 해 주기를 감히 바라겠습니다.

영원한 명제, 나의 ≪ 죽음과 절망 ≫은 그래서 그려졌습니다.

영원한 테마로 된 특별한 그림의 궁금증을 풀어 드릴려다 설명이 심각해져서 미안하군요. 그러나 널리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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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답글 죽음과 절망 왼쪽부분 확대 오천룡 첨부파일 2004.10.30 11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