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전자연하장 냉큼 날려 보내 드렸는데...
작성자 주인 조회수 12224 건
홈페이지 작성일 2004.12.29. 16: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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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연하장 한장 냉큼 날려 보내 드렸는데 이렇게 게시판에 들어 오셔서 인사말 남겨 주시니 새해인사 되로 주고 말로 받은 격입니다.

연하장이란 것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많이 받고 싶고, 많이 받은 연하장을 커튼에다 주렁주렁 달아 놓든지 책상에다 세워 늘어 놓고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송구영신 때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고 자랑께나 했던 때가 나에게도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성의없는 연하장이 너무나 많이 날라 다니기 시작하자, 연하장 않보네기 운동들을 했지요. 나도 연하장 않보내기에 참가해서 연하장을 일찌기 끊고 말았지요.

더군다나 내가 만든 연하장을 보내겠다고 고집해서 만든다고 힘깨나 들이고 시간깨나 없앴었기 때문에 끊고 나니 한결 한가한 연말을 그때부터 지내게 돼서 좋아 했습니다.

그대신 누구에게로 부터 그래도 연하장을 받으면 일년 치 소식을 담아 편지로 꼭꼭 답장을 했었습니다.

그랬더니 결국은 연하장 보내오는 친구가 하나씩 줄어 들었는데 어떤 친구 하나는 연하장을 몇해전까지도 보내오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거짓말 보태지 않고 봉투의 이름과 주소, 카드에 쓴 짧은 글로 된 인사내용이 해마다 변치않고 천편일률적으로 똑 같았아서 받으나 마나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해, 편지로 하는 답장을 보내지 않아 보았는데, 그랬더니 그 다음해에는 연하장이 오지 않았습니다.

아니나 달랐겠습니까. 그 친구도, 연말이면 도착하는 편지와 연하장을 큰 봉투속에 넣어 몇년도 것이라고 표시해 놓았다가 다음해 연하장을 보낼 때면 그 봉투속의 편지들을 꺼내어 거기있는 작년에 보내 준 사람들에게 꼭꼭 연하장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잊지 않고 보내주니 받는 사람은 일년내내 나를 생각했구나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나도 연하장을 돌릴 때 그렇게 했었으니까요.

그러다가 인터넷을 시작해서 부터는 연하장을, 올해 받으신 것 같이 사진으로 꾸며서 전자카드로 만들어 일년간 이메일을 교환했 던 분들에게 보내고 있는데 올해가 3년째입니다.

카드는 내 콤퓨터에서 떠나서 너무도 순식간에 수신자에게 도착하고 그리고 뻔뻔스럽게 남의 콤퓨터 유리창에 떡하니 나타나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연습하고 해보기 나름인지 이젠 급하고 뻔뻔하면 어떻냐 하며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 나는 세개의 연하장을 우편으로 받았습니다. 한장은 서울에서 온 것 이고 두장은 미국에서 온 것 입니다. 그것들은 옛날이 그립도록, 봉투를 친필로 쓰고 우표딱지를 붙혔고 구식인쇄의 카드 갈피에다 손으로 쓴 정다운 말씀들이 옛날 옛적 내용으로 쓰여져 있었습니다.

편지함에서 별야 별 광고물과, 아니면 인쇄물만 매일 건질 때, 간혹 우표붙힌 낮익은 글씨체의 친구 이름과 내 이름이 적힌 편지를 발견하면, 희귀하기 때문에 여겨지는 소중함으로 해서 그리고 나도 소중한 존재로구나를 생각하면서, 그런 편지를 받은 날은 온 종일 기분이 좋게 지내게 됩니다.

그 즐거운 기분은 하루 뿐만이 아니라, 적어도 3,4일 동안은 기분좋게 지낼 수 있습니다.

겨울철 빠리지엥들이 양은냄비 밑바닥 같은 회색빛 음산한 날을 일주일 이상 견디지 못하고, 우울해 지고 외로워 져서 차라리 자살이라도 하는게 낳지 하다가도 햇빛이 반짝 하루만 찾아 와 주면 내가 언제 그렇게 우울했더냐하며 활기를 다시 얻고서 며칠동안은 그런 회색빛 날들을 잘 견딘다는 이야기와 상통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번에 우편으로 보내 준 친구들의 카드를 그렇게 고맙게, 정답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이제 너무나 인터넷 습관이 들었다는 핑계로 우편을 이용한 그들과 같이 아기자기한 마음을 보내지 못할 것이어서 속이 많이 상합니다.

그런데 딴 얘기입니다만, 아무렇지도 않게 여길 수 없는 것은 수마트라에서 일어난 강력한 지진이 해일을 일으켜 스리랑카,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버마를 비롯한 인도양 섬들에 10-20미터 높이 이상의 어마어마한 파도가 밀리고 밀려와 무려 10만명이 넘을 인명피해가 한꺼번에 생겼다는 놀라운 소식입니다.

나는 화면에서 그곳의 더욱 불쌍해 진 생존자들을 보며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것들이 무슨 이유때문에 국민을 좀 잘 살게 하지 못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해변가 처참히 흩어진 시체들을 보며 만약에 북한이 숨기고 있는 낱낱의 실정을 저렇게 촬영해 올 수 있다면 북한의 인위적인 비극은 저런 비극과 같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생각이 왜 저런 비극을 보면 나는 것일까에 대한 물음이 있습니다.

금세기-지난세기에 일어난 천재지변중 이번 남 아시아 지역의 비극적 재해가 가장 처참한 천재지변이라면서 지구상의 모든 나라들이 연대의식으로 너도 나도 도울려는 의지와 행동을 보면서 현대인들에게서 제일 귀중한 정서는 인간의 비극에 대해 연대의식을 가지는 것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새해에는 우리나라 남북과 함께 온누리가 밝은 마음 밝은 눈으로 볼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새해에 많은 행운을 얻으시고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람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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