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 ami 베르나르 앙또니오즈 (7) - 설득
작성자 오천룡 조회수 5972 건
홈페이지 http://ohchunryong.com 작성일 2012.08.29. 15: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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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 ami 베르나르 앙또니오즈 (7) -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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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9-14

문화원 원장실에 안내된 나는 차를 운전해 오면서 작정했던, 어떻게 하면 파리에 와 있는 젊은 작가들을 내 나름대로 도울 수 있을 까에 대한 생각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서 마주앉은 C원장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청년작가에게 관심이 끌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C원장을 집요하게 설득하는 방법을 모색 해야만 했었다.

한국문화원에서 개최하는 일년 중 여러 행사중에서 제일 중요한 전시회가 있다면 내 개인적 생각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재불청년작가협회가 개최하는 협회그룹전 일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에 체재하는 일련의 청년작가들이 모인 협회가 매년 벌리는 작품발표회라지만 친목적인 뜻만 띈 연례행사로 모두가 여기기 쉬워서 누구도 관심있게 주목해서 보아 주는 전시회가 못 되고 있는 것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지만 다행히 파리에 한국문화원이 있는 관계로 전시장을 이용하도록 후원받을 수 있어서 그런대로 그 협회전 연륜도 꽤 돼서 올해로 13년째 전시가 되고 참여 작가들 수도 해마다 늘어 난 것을 볼 수 있다.

청년작가들이라고 하지만 모두 30세 전후의 앞날이 창창한 작가들이지 않은가 ? 또 한국에서 거의 모두가 대학과정을 밟고 도착했기 때문에 작가로서의 출발이 파리에서 늦어 졌을 뿐이지 이미 어느 정도의 예술적 경지를 스스로 개척한 작가들이 그중에는 있을 것이다. 누구나 청운에 뜻을 두고 그리운 고국을 떠났을 것이니...

예나 지금이나 홀로서기를 해야 할 작가들은 그들 나름대로 독창적 진로를 스스로 개척 해야하고 무슨 어려움을 겪도라도 창작일을 계속 밀고 나가야 할 것이지만 프랑스의 모든 사정에 익숙치 못해 적응에 힘든 청년작가들을 누군가가 그들의 좋은 작품을 보면 칭찬을 하여서 자극을 주고 용기도 붇돋아 주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그런 모든 점은 내가 파리에 도착한 때의 청년으로서의 어려웠던 시절을 생각나게 해서이다. 칭찬과 용기를 주는 일은 먼저 이곳에 도착한 선배들의 역할 일 것이다. 내가 도착했을 때를 돌이켜 보면 매우 오랫동안 그것이 아주 필요했고 절실한 갈망 이기도 했다.

그러나 먼저 도착한 선배나 나중에 도착한 후배나 간에 양쪽이 다같이 같은 길을 가는 동료적인 입장일 것으로 보면, 서로가 모두 치열한 경쟁자 관계 일 수 밖에 없어서 남의 좋은 작품을 보고도 노코멘트로 모른척 하여야 하고, 동시에 어떻게든 빨리 뛰어 갈 요령을 배워서 한시 바삐 남보다 먼저 인정된 작가로 입신출세해 보고자 할 것이 당연한 사실임을 누구도 부정 못 할 것이다.

어느 먼저 온 선배가 자기 갈 길도 까마득하여 아직도 멀고도 멀어서 조금도 느긋할 수가 없고 초조하다시피 한 작가생활중에서 언제, 젊은이들의 작품전을 쫓아 다니며 눈여겨 볼 시간과 여력이 있겠는가 ?

설사 시간과 여력이 있다하여도 자기 혼자의 휴식을 취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훨씬 났지, 세대차가 벌어 질데로 벌어졌다고 생각할 젊은이들에게 접근하여 간섭같은 일을 하지 않을 려고 할 것이다.

만약에 대선배격 작가가 전시회에 가 본다면 그것만 으로도 후배에게 큰 생색을 내는 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며, 반대로 아예 가 보지 않고 무시해 버리려는 선배들도 그중에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 전시회에 가서 후배의 인사를 꼬박 꼬박 받기만 하고 열심히 일한 작품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방명록에 이름만 남긴 뒤, 전시회장을 빠져 나오는 방식만으로는 먼저 온 선배다운 구실을 했다고 여길 수 없다.

왜냐하면 프랑스 화단의 전시장 관람습관은 요란벅적스러울 정도로 작가와의 대화를 관람객이 원하기 때문이고, 작가는 대화를 통해 관람객의 반응을 간파해서 자기작품이 앞으로 가야할 방향을 가늠하기도 하고 현재 진행중인 작품에 대한 새로운 자신감을 얻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창작품이기 때문에 작가와 관람객 사이에서 일어나는 어색함을 대화를 통해 작가의 의도를 관람객이 파악하고 이해함으로서 작품과 친근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며 작가의 새로운 일이 세상 사람과 친근해 진다는 것은 곧바로 작가의 성공을 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형식과 내용을 담은 진정한 창작품 일수록 작가와 관람객사이에서 열띤 얘기를 더 많이 야기시킬 것이기 때문에 작가 편에서도 그렇고 관람객 편에서도 작가와 똑같이 새로운 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더 먼 경지까지 갈망하게 되는 것이리라.

그러나, 사실이지 우리나라 작가들 사이에서 침묵을 지키려는 관습은, 침묵하는 그들 선배들로 부터 내려 온 오래된 전통일지도 모르겠고 반대로 작품에 대해 함부로 이렇궁 저렇궁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우리나라 작가들 사이에서는 대체적으로 매우 꺼리고 있는 것 같다.

꺼린다고 하는 것보다는 이론적으로 작품을 뜯어 볼 능력이 부족해서 일지도 모르고, 반대로 뜯어 볼 이론이 불필요 하다는 철학이 작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언급없이 넘길려는 것이 오히려 말썽없는 관계를 유지하려는 예의일지도 모르겠고, 동양인들 사이의 말없는 가르침의 한 방법 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는 프랑스 땅이지 않은가 ? 그런 예의와 관습을 신세대나 구세대나 똑같이 끝까지 지키려 한다면 프랑스에 온 모든 의미가 희미해 진다.

아무튼, 같은 길을 가는 동료로써 좋은 작품을 하는 후배 동료를 발견하면 관심을 주고, 작가생활로 삶이 영위되는지도 걱정해주는 인정이 작가들간에 필요할 것이며 인정이 있는 만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서로 도웁는 것이 우선 좋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렇다고 내가 관심을 쏟고 어떤 도움을 줄 수있는 그런 역량이 있는 선배작가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을지라도, 이러한 생각에 사로잡힌 나는 좋은 청년작가가 있다면 그의 작품활동에 적극적인 관심을 쏟아서 작가의 앞날을 위해 뒷받침 해 주는 어떤 일을 슬며시 라도 해 주고 싶은 강한 심정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드리고 싶은 말씀은, 금년 봄에 열리는 청년작가전을 내가 비밀히 참관하고 나서 좋은 작품을 만들며 장래가 촉망 된다고 생각되는 작가를 발견하여 그 청년작가를 추천 한다면, 그 작가를 한국문화원이 초대해서 개인전을 개최해 줄 수 있는지에 관한 제안이다.

이것이 추모전 개최에 대한 의논에 앞서C원장이 받아 주었으면 했던 나의 조건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청년작가가 누구에 의해서 추천됐는지에 대해서는 전시회가 열릴 때까지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C원장은 나의 이러한 의외의 요청을 받자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문득, 내 뜻이 정녕 그러하다면 추천해주는 청년작가의 초대전을 자기가 문화원을 떠나기 전에 반드시 열도록 하겠다고 시원스럽게 대답해 주었다.

나는 어떻든, 내가 오래도록 생각해 온, 이 간단치 않은 제안을 C원장이 받아 주자 고마운 마음이 생겼고 그래서 나의 오래전부터의 숙원인 ≪ 베르나르 앙또니오즈에게 경의 ≫를 표하는 추모전을 열기 위한 구체적인 의논을 그와 열렬히 전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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