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 ami 베르나르 앙또니오즈 (2) - 인사
작성자 오천룡 조회수 1700 건
홈페이지 http://ohchunryong.com 작성일 2012.09.28. 19: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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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 ami 베르나르 앙또니오즈 (2) -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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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6-29

내가 베르나르 앙또니오즈를 만난 것은 파리에 도착한지 2년 후였다.

그러니까1971년 여름에 파리에 도착한 나는 1973년 여름에 앙또니오즈를 만났고 그 3년 후1976년 여름에는 처음으로 그의 시골집에 초대를 받았다.

베르나르 앙또니오즈는 파리 13구에 있는 고불렝 따삐스리 공장 입구에 있는 공무원 관사에서 살고 있었다.

앙또니오즈는 언젠가 은퇴하면 전원생활을 하리라는 막연한 생각에서 그와는 아무 인연이 없는 고장인 외르강 계곡에 있는 비에이으 에스트레 라는 마을에 조그만 집 한채를 사두고 있었다.

시골집은 파리에서 서쪽길 국도 12번도로로 80킬로미터쯤 가서 있었는데 거기서 부터 더 가면 노르망디지방이 곧 시작된다.

아들 셋에 딸 하나를 둔 젊은 부부 베르나르와 즈느비에브는 그 어린 아이들을 주말이면 데리고 가서 놀게 했는데 아이들이 커지자 시골집에 잘 따라다니지 않았다.

18살이 되기도 전부터 부모를 잘 따라 다니지 않는 프랑스 청소년들의 습관으로도 그러했겠지만 시골집에 잘 안 가려는 것은 편한 시설이 전혀 없어서 지내기에 불편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편한한 시설로 집치장을 해 놓았다면 시골집 답지 않았을 것이다.

현대식 시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소리가 요란한 구식전화기 한대와 200리터 짜리 전기온수기가 목욕실 벽에 덩그렇게 걸려 있을 뿐이었다.

그 나머지는 모든 게 구식 물건이어서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가구들과 기본적으로 있어야 할 취사도구 만이 간단히 있었다.

그나마 전화와 더운 물은 그 집안 식구가 쓴다기 보다는 집을 내내 비워놓다 시피하는 주말용 시골집이니 그 집 봐주고 채소밭을 가꿔주길 부탁받은 길 건너편 영감네 식구들이 주로 쓰는 것 같았다.

앙또니오즈는 한번은 씩 웃으면서 전화를 쓰고 더운 물 목욕을 마음 껏 하기 위해서라도 영감이 자주 들리기 때문에 이 집을 잘 돌보아 주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앙또니오즈 부부는 불편하고 초라한 그 시골집을 너무나 사랑하여서 시골집이 아무도 없는 빈집으로 혼자 쓸쓸히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늘 걱정하곤 했다.

난방시설이 충실치 않아서 겨울철에는 집을 비워 놀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여름철엔 자기들이 바빠서 갈 수 없을 때에는 가까운 친구를 찾아 내서 며칠이라도 여름을 지내고 오라고 집을 빌려 줬다. 그러한 친절한 제안을 받는 친구들은 아무런 인척이 프랑스에 있지 않는 외로운 외국인 미술가들이었다. 집 열쇄는 영감네네 가서 찾으면 되고 떠날 때는 도로 가져다 주면 되었다.

베르나르가 나를 시골집에 처음 데려 갔을 때, 밖으로 부터 사다리를 걸쳐 놓고 단층 집으로 된 본채의 지붕밑으로 들어가 지붕밑 삼각형으로 물매진 넓은 공간을 나에게 보여 주었다. 밖에서 보기와는 다르게 기왓장을 이고 있는 석가래와 대들보가 튼튼히 높이 솟아 있었다.

베르나르는 지붕밑 삼각형 공간을 지붕밑방으로 근사하게 여러개 들이면 여러 친구의 가족들이 와서 자고 갈 수 있으니 얼마나 좋겠느냐는 희망과 포부를 말했다.

집을 산 후부터 베르나르는 나 말고도 여러 사람들에게 그런 계획을 벌써 피력했겠지만 그는 끝끝내 그런 꿈의 지붕밑 방을 만들지 못했다.

일자집으로 된 본채의 맨 왼쪽 끝의 문을 열면 부엌이고, 부엌 다음에 좁은 복도와 복도에 면해 있는 부부 침실, 그 다음이 벽난로가 있는 살롱이자 식당, 그 다음이 여러 아이들이 잘 수 있게 여기 저기 놓인 침대가 있는 아이들 방, 그 다음은 한사람이 잘 수 있는 간이 침대가 옆으로 놓여있는 두번째 문이 있는 현관, 맨끝에는 조그만 방 하나와 목욕실이 벽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있었다.

길가로 면한 정원을 본채와 ㄱ자로 꺽고 있는 별채는 농가의 헛간 인데 거기에 손님방이 한칸 딸려 있었고 손님방 윗층에 방 하나를 나중에 더 들였다.

샤를르 드골 장군네 집안은 검소하기로 프랑스에서 소문나 있지만 즈느비에브도 얼마나 검소한 생활을 하는 여인인지 만지면 부서져 버릴 것 같은 낡은 천으로 된 옷을 언제나 입고 있었다. 드골이 대통령직을 사직하고 엘리제 궁을 떠날 때 낡고 낡은 안락의자 한개가 그의 이사짐 전부였었다는 것은 너무나 유명한 전설같은 이야기다.

검소하기는 베르나르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식전에 위스키 한잔을 아뻬리띠프로 마시기를 늘 좋아했는데 언제나 레드라벨 위스키였다. 그는 안락의자에 마지 못해 앉아야 할때는 등을 절대로 뒤에 기대는 법이 없이 앉기 싫은 의자에 앉은 것처럼 언제나 미끄러져 떨어질 것 같은 자세로 의자의 맨 가역에 앉았다.

한번은 가슴에 구멍이 나 있는 스웨터를 입고 있어서 담배도 안 피우는데 왠 구멍을 냈느냐고 물었더니 손고락을 넣어 보이면서 셔츠를 샀더니 상표가 유난히 눈에 띄어서 다 뜯어 내느라 뜯었더니 그만 구멍이 뚫어져 버리더라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베르나르는 시골집이거나 파리 관사에서거나 식탁에서 마시는 포도주는 그야말로 막 포도주로 불리는 벵드따블 만을 주로 마셨다. 그는 식당에 가서도 포도주에 대한 사치를 절대로 하는 법이 없었다.

베르나르는 순전한 프랑스인이면서도 한편으로 동양사람의 기질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한번은 비에이으 에스트레 정원에서의 식사후, 별들이 총총한 어느 여름날 밤, 갑자기 자기는 전생이 꼬레엥 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베르나르는 나에게 말했다.

그리고 잠시 침묵이 흐른후 자기가 한국을 좋아하게 된 이유를 간단히 이렇게 말했다.

일본에 갔을 때 일본의 옛 문화는 모두 꼬레 로부터 전해 진 것을 알게 됐는데 그 후에 한국에 가서 보니 정말 일본에 전해 준 문화가 한국에 많은 것을 알게 됐다. 그때부터 한국이 매우 좋아졌다고 했다.

또 그는 한국인을 친구로 삼고 싶었던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서울에 갔을 때 프랑스에서 체류하고 왔다는 한국사람을 만났을 때 묻곤 했는데 프랑스에서 친구를 사귀고 돌아 온 사람이 놀랍도록 아무도 없어서 그때부터 자기가 한국사람의 친구가 돼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것이다.

미술대학 나의 후배이기도 한 마드므아젤 W가 벵센느 공원에 있는
빡끄프로랄 전시장에서 아마도 파리대학의 졸업과 관련된 개인 전람회를 갖는다는 연락을 나에게 해 와서 그의 전시회를 보러갔다가 앙또니오즈씨와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나는 옛날에 서울에서 미술대학을 지망하는 고등학생인 W에게 데생 레슨을 몇번에 걸쳐 해 준 적이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W 는 앙또니오즈씨의 관사에 거처하면서 내내 유학생활을 했고 그의 박사학위 논문은 비에이으 에스트레 시골집에서 썼다고 들었다.

앙또니오즈씨 부부는 자기가 양녀같이 귀여워 하는 마드므아젤 W의 잠간동안의 데셍선생이었고 젊은 화가라는데 관심을 느껴서 인지 내가 어디서 그림을 그리는지 어디서 사는지에 대해 일일히 묻고 문화성에서 배정하는 아뜰리에를 신청하는 절차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앙또니오즈씨에 대해서는 나 보다 약간 뒤 늦게 프랑스 국비장학생으로 파리에 도착하여 아르데꼬와 낭떼르 건축과에 다니는 나의 후배들인 S와 C에게서 문화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고급관리라고는 간접적으로 듣고 알고 있었다.

그런 문화성의 중요한 고위관리와 인사를 직접 나누고 알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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