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 ami 베르나르 앙또니오즈 (9) - 추모전
작성자 오천룡 조회수 7026 건
홈페이지 http://ohchunryong.com 작성일 2012.09.05. 17: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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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 ami 베르나르 앙또니오즈 (9) - 추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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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7

나는 추모전에 참여할 작가로 당시 재불한국작가들 중에서 베르나르 앙또니오즈와 친분을 유지한 작가 7인을 선정하고, 즈느비에브는8인의 프랑스 작가 를 선정했다. 그러나 즈느비에브의 프랑스작가 중엔 화가와 조각가인 두 아들이 포함됐다.

문화원장은 나와 즈느비에브가 선택한 15인의 한불작가들에게 작고한 베르나르 앙또니오즈에게 경의를 표하는 추모전을 한국문하원이 개최함에 있어 작품을 출품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서신을 발송했다. 서신을 받은 작가들은 작품출품 요청을 모두 기꺼이 받아 들였다.

한국문화원은 파리 16구 아브뉘 디에나 2번지에 위치해 있다.

아브뉘 디에나 大路는 에펠탑 건너편 왼편, 빨레 드 샤이오 宮이 끝나는 데서 시작해서 북북서로 향하여 에뚜알 개선문 광장까지 약 2킬로미터 쯤 굽으며 뻗은 아브뉘 길이다.

한국문화원의 지하철 역, 이에나 역이 있는 쁠라스 디에나 광장에 면해서는 세계최대의 동양박물관 ≪ 뮤제 기메 ≫가 있으며 광장을 좌우로 가로 지르는 아브뉘 뒤 프레지당 윌슨 대로로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신인 파리시립현대미술관이 자리해 있다.

그리고 파리시립현대미술관의 한쪽 날개 건물을 차지하면서 2년전에 문을 연, 빨레 드 도꾜 宮은 일정기간동안 현존작가들의 실험적인 창작공간으로서 수십개의 아뜰리에로 분할돼 꾸며 있으며 입장객들에게 자기들의 작업진행을 비밀없이 공개하면서 입장객들과 토론을 벌리기도 하고 전시회를 즉석에서 열기도 한다.

1937년 파리만국박람회 회장으로 사용 됐던 빨레 드샤이오 궁은 해양박물관, 인류박물관, 극장, 영사실 및 국립필림보관소 등 중요한 문화시설이 들어 가 있는 기념비적인 건물이다.

세느 江 건너편 에펠탑 양 옆엔, 프랑스 정부가 지금 한창 야심차게 신축 중에 있는 거대한 오세아니아 박물관이 머지않아 개관될 예정에 있고 민간재단이 운영 하면서도 많은 행사를 활발히 열고 있는 일본문화원이 강변에서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이렇게 한국문화원 부근의 세느 강 좌안과 우안으로 펼쳐져 있는 괄목 할 만한 미술관과 박물관을 비롯한 많은 문화시설들이 때문에 이지역은 파리에서 손 꼽히는 문화산책 지역 이다.

더구나, 트로까데로 광장에 면한 샤이오 궁의 너른 테라스로 부터는 앞으로 탁 터진 시야를 통하여 에펠탑을 가까이에서 더욱 장관으로 바랄 볼 수 있는 특이한 곳이기 때문에 밤낮으로 몰려드는 에펠탑 찬양자들로 인해서 이지역은 또한번 더 번잡한 곳 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샤이오 궁 왼쪽 한쪽 날개 건물이 빤히 보이는 한국문화원 쪽으로는 어디에 이를 데 없이 늘 한적 하기만 하다.

한국문화원에서 만약에, 좋은 전시회를 자주 열고 파리시민에게 관심을 줄 줄 아는 좋은 행사를 간혹이라도 열 수 있다면 한국문화원 건물의 됨됨이를 차치하고라도 문화원의 현위치는 결코 나쁘다고만은 말할 수 없는 곳 이다.

1980년, 파리에 한국문화원을 개설 하고자 했을 때, 그 장소물색을 맡았던 한국대사관의 공보관 J 씨는 한국문화원 자리를 국립현대미술관이 갓 들어 선 뽕삐두 센터 주변이면서 파리의 새로운 미술문화지역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보부르 구역에서 찾고자 했으나 그곳 부동산 시세가 이미 껑충 뛴 뒤 라서 그 지역에서 찾기를 끝내는 포기하고 말았다고 했다.

그러므로 파리의 문화지역 중에서 골라야 했을 때, 그래도 그중에서 차선 책 이라고 여겨진 뮤제 기메 동양박물관 근처로 정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문화지역에서 찾기는 찾았다지만 일반 주택용 아파트 속에 있는 1층과 지하층은 외관도 좀 그랬고 일국의 문화원으로서 그 문화행사를 제대로 해 낼 수 있는 공간이기에는 매우 부적합하게 보이고 있다.

그러나 별도리없이, 그런대로 문화공간을 창조하기 위해서, 당시 젊은 건축가 S씨 에게 내부를 개조토록 하는 설계를 맡겨, 지하층의 천장 일부를 털어내고 천장을 지상층 천장까지 높히면서 전시실, 영사실, 강당, 도서실, 강습실 등등을 겸한 다목적적인 문화공간 여럿을 구차스러울 정도로 억지로 구성해 도안했다.

다시 말하자면 문화원으로서는 중요할, 어엿하고 번듯한 전시회장, 독립된 강당이나 공연장, 독립된 영사실 등등의 알찬 공간이 한군데도 없는 셈이다.

문화원 사정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 하기로 하고, 1997년 벽두부터 얘기를 시작한 추모전은 그해 봄과 여름을 넘기고 푸르렀던 마로니에 잎이 낙엽 되여 한길에 뒹글기 시작할 무렵, 개막됐다.

그해 10월 7일은 화창한 가을 날 이었고 비도 않왔지만 문화원앞 샛길, 인도와 차도를 막고 빈객 대기실로 세워진 거대한 천막은 한국문화원에서 오늘 큰 행사가 있음을 멀리서도 알아보게 했다.

개막시간 오후 6시 전후로 오픈닝에 초대된 손님들이 사방에서 꾸역꾸역 몰려 들기 시작했다.

의장대를 대동한 작끄 시락 대통령은 이시형 당시 주불한국대사, 미망인 즈느비에브 앙또니오즈 여사, C문화원장과 함께 한불 15작가들이 ≪ 베르나르 앙또니오즈에게 경의≫ 를 표하는 추모전 개막 테이프를 끊었다.

그날의 한국문화원엔 프랑스 문화성과 외무성의 고위 관계자 그리고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앙또니오즈의 대형 초상화가 걸린 전시장에24점의 작품을 출품해서 진열한 한불15작가는 다음과 같았다.

흔적과 흔적의 리듬으로 대비시키며 내면의 세계를 풍경화로 옮긴 프랑스아-마리 앙또니오즈(1949년생, Francois-Marie Anthonioz).

모델의 성격을 추구한 두상(頭像)의 필립 앙또니오즈(1953년생, Philippe Anthonioz).

깊은 하늘색과 잔잔한 바다색, 두가지 청색을 병치시킨 명쾌한 화면분할의 즈느비에브 아스(1923년생, Genevieve Asse).

자연물감, 파스텔, 먹으로 작업한, 까만 모래알들이 잔뜩 뿌려진 잿빛 공간의 방혜자(1937년생).

역행하는 시간의 상징적 표현인 듯, 겹쳤거나 화면 가역에 끊긴 짙은 그림자의 개들이 아프리카 사막 땡볕 아래 어슬렁 거림을 보인 꾸에꼬(1929년생, Cueco).

대위법적 면 경계에 물감을 간혹 두껍게 문지른, 북아프리카 사막의 벌판에 햇살이 거침없이 멀리 퍼지는 신선한 아침의 올리비에 드브레(1920-1999, Olivier Debre).

성스러운 천지간의 빛이 색되어 분사된 서정적 추상, 한국인 최초의 성 도미니크 회 수도사 신부 김인중(1940년생).

검정과 흰색의 잔잔한 흔적을 바둑판 무늬 위에 태어나게 한 김희경(1948년생).

아마천 원단 캔버스, 불투명 하고 부동한 천자문(千字文), 금방이라도 굴러 떨어질 것 같은 수정체 물방울, 이들간의 대조를 이루게 한 김창렬(1929년생).

별들간에 이룬 시적인 창공, 금성의 도시를 보인 이성자(1917년생).

엄격한 구조, 규칙적인 요철속 색채와 리듬의 감각을 추구한 이자경(1943년생).

칸막이로 분열된 강한 색조의 대비, 스텐드 글라스와 칠보를 연상케 한, 밤의 풍경을 보인 오천룡(1941년생).

나이프 자국을 심하게 낸, 갈색과 오렌지 색조의 여인상을 보인 지나 뻬롱(1926년생, Gina Pellon)

멧돼지의 경직된 죽엄, 파손된 살점과 털이 흙과 뒤범벅이 된, 잡다한 흔적들을 덧 이겨 발라서 우발적으로 쏟아 놓은 처참한 사실주의자, 뽈 르베롤(1926년생, Paul Rebeyrolle).

회색의 예민함 과 광대한 청색의 우주, 전통적 동양화의 간결한 붓놀림으로 득실거리는 수많은 흔적을 낸 자우끼(1921년생, Zao Wou Ki).

이상의 이들 15인의 한불작가들은 베르나르 앙또니오즈를 추모하기 위해 그들이 추구하는 작품세계를 보이며, 한불 양국간의 미술교류에서 원동력 이었던 그를, 예술가를 도와서 활기를 주고자 한 장본인인 그를, 그리고 예술가들의 영원한 벗이었던 그를 다같이 참말로 예증 했다.

그리고 방명록에는 성공적인 추모전 개최 축하, 대성황 축하, 한국문화원의 발전을 축하한다는 글구들이 쏟아져 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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