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 나들이 2 - 엑스앙프로방스
작성자 오천룡 조회수 5549 건
홈페이지 http://ohchunryong.com 작성일 2012.05.10. 12: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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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 나들이 2 - 엑스앙프로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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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7-18

우리가 탄 떼제베는 오후 1시 14분 정시에 엑스-앙-프로방스역에 도착했다.

새로 지은 엑스역은 강철과 유리로 된 거대한 돔형 구조인지라 건물 안에도 남국의 햇빛이 가득 들어와 건물 속인지 밖인지 구별이 안되게 환하다.

넓은 유리창 저 밖으로 세잔느 때문에 세계적으로 알려져 불멸의 산이 된 ≪ 쌩뜨-빅뜨아르 ≫가 보인다.

날씨는 예상대로 덥다. 프랑스 전체가 근 한달동안 땡볕 아래에 있다.

출구에 있는 ≪ 렌트카 ≫회사 ≪ 아비스 ≫창구로 가서 예약한 차를 찾으려고 줄을 섰다.

내 앞에 4명이 줄을 섰는데 차 받는 수속절차가 한없이 느리다. 한 사람이 10여분씩 걸렸다.

우리 일행은 역 앞 벤치에 앉아 40여분간을 더 기다려야 했다.

내 차례가 되니 ≪ 까르트 디당띠떼(주민등록증) ≫, ≪ 세르띠피카 도미실(주거증명서) ≫ 또는 전화요금 납부영수증, ≪ 뻬르미 드꽁뒤르(운전면허증) ≫를 모두 ≪ 포토카피 ≫하더니 수속서류에 사인을 하게하고 ≪ 크레디 카드 ≫를 달라고 하여 카피해 놓고 돌려주면서 차를 반환할 때 차 빌린대금을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더니 차속에 둔 짐에 대한 보험도 들겠냐고 한다. 그것은 기본보험에 들어 있지 않아 추가로 하루에 9유로씩 더 내야 한단다.

위험 사항을 열거해 들려주면, 보험에 들어야 안심된다는 심리를 이용하는 구나 하면서 이고장에 도둑이 그렇게 많으냐고 하니 어깨만 한번 들썩거린다.

꼬임에 속는 척 하고 그러겠다고 했지만 오늘 아침 봉변이 또 상기된다.

모든 수속이 끝나니 예약한 모노스페이스 5인승 ≪르노 세닉끄 ≫ 대신에 그것보다 좀더 공간이 큰 ≪ 오펠 자피라 ≫의 ≪ 키 ≫를 주었다.

옆에 있던 백전은 ≪ 차가1600 cc라면 힘이 좀 약할 것 같은데… ≫라며 다섯명이 타고 다니기엔 힘이 모자란다고 걱정했다.

역을 나와 아비스 렌트카 주차장에 가서 우리차를 찾아 내고 조안과 나는 차체에 조금이라도 손상난 곳을 찬찬히 찾아 그곳의 렌터카 회사 직원에게 지적하고 서류에 표시해 넣었다. 조그만 흠집이 여기저기 많았다.

드디어 우리가 앞으로 5일간 타고 다닐 차동차가 준비돼자 ≪ 트렁크 ≫를 열고 백전과 지공이 짐을 싣고 나는 운전대에 앉아 운전방법이 내차하고 어느 점이 다른가를 살폈다. 단지 ≪ 빽 ≫ 기아 넣는 방향이 정 반대고 잠금 장치를 풀면서 넣어야 하는 것만이 달랐다.

짐을 빼곡이 다 싣고 가리게 포장을 닫으니 포장표면이 울퉁 불퉁한 것이 가방이 그 속에 들어 있는 모양이 보인다. 짐을 다시 꺼내 더 촘촘히 쌓으니 덮개가 팽팽해졌다.

유럽 어디를 여행하던지 주차중에는 차 속에 휴지통 하나도 남겨놓지 말고 깨끗이 치워야 안전하다.

우리는 곧바로 ≪ 엑스 ≫시내로 향했다.

유럽의 모든 기차역은 도심에 위치하게 마련인데 2년전에 새로만든 이 ≪ 엑스 ≫ 테제베역은 도시에서 좀 떨어져 있었다.

나는 운전대를 맡았고 백전은 조수석에서 어려운 역인 지도읽기를 맡았다.

뒷좌석엔 가운데에 미라마가 앉고 조안과 지공이 창가에 앉았다.

프로방스를 탐험할 모든 준비가 완료되자 원기가 되살아 난 일행은 우선 맛있는 점심부터 먹기로 했다.

엑스 시내에 들어와서 ≪ 쌍트르 빌(늘 시청이 있는 중심지역) ≫표지판을 따라 가니 곧바로 ≪ 무스카 ≫ 포도송이를 들고 서있는 엑스의 설립자 인 ≪ 로마 ≫황제 ≪ 르네 ≫의 분수 로터리가 눈에 들어왔다.

로터리4분의 3을 돌아 웅장한 ≪ 플라타나스 ≫ 아래로 시원스럽게 뻥 뚫린 ≪ 꾸르 미라보 ≫ 대로로 차를 몰았다. 여기가 엑스의 ≪ 샹제리제 ≫였다.

우리는 이 장려한 프라타나스가 겹겹으로 친 ≪ 아치 ≫밑을 통과하고 우회전을 두번하여 ≪ 9월 4일 ≫이란 골목길 안에서 주차자리 하나를 운좋게 찾아냈다.

주차 티켓대에 1유로 60전을 넣고 한정시간인 2시간짜리 주차 티켓을 꺼내어 운전대 차창앞에 놓았다.

차문을 잠근후 우리는 각자 손가방만 들고 북쪽길로 조금 가기만 하면 있을 꾸르 미라보를 향해 걸었다.

≪ 엑스와(엑상프로방스 사람) ≫들의 즐거운 생활상을 한눈에 살필 수 있다는 중심가, 꾸르 미라보는 항상 생기에 차 있을 이도시의 안뜰이었다.

조금 아까 차로 지날 때 보다 훨씬 아늑하고 편안한 정말로 정다운 안뜰 같아 보였다.

거기에는 많은 인파가 테라스에 앉아있거나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밝고 명랑한 엑스와들과 예술제를 보러온 여행객들일 것이다.

엑스의 오후 햇볕은 이 길다란 안마당을 고딕의 궁륭천정처럼 뒤덮고 있는 거대한 프라타나스의 줄기와 잎들 사이로 꿰 뚫고 들어와 건물표면과 땅바닥, 그리고 사람들의 옷과 피부에 찬란한 얼룩을 만들었다.

우리가 방금 나온 길의 건너편 쪽에 쭉 늘어선 테라스 카페 중에서 햇볕 가리개가 가장 넓은 곳을 골라 빈자리를 찾아 둥글게 앉았다.

우선 모두들 시원한 ≪ 드미(생맥주) ≫를 한잔씩 시켰다.

우리가 앉은 테라스는 ≪ 끄레망소 ≫ 골목길로 들어가는 모퉁이까지 점유하고 있고 우리 원탁앞 큰길 가운데엔 34도짜리 온천물이 샘솟고 있는 이끼를 홈빡 뒤집어 쓴 ≪ 온천 분수대 ≫가 있다.

이 분수대는 1734년부터 여기에 있는 것이라니 역사가 이만저만하지 않아서 이끼가 더 많이 더 두껍게 끼어져 있어야 할 것만 같았다.

시원한 ≪ 쌩끄 드미(생맥주 다섯잔) ≫가 원탁에 놓이자 우리는 손잡이 달린 잔을 들어 프로방스에 앉아 있는 것이 꿈이 아니라 생시인 것을 확인하기 위해 잔을 부딪쳐 쨍 소리를 내야 했다.

그리고 음식을 한가지씩 골랐다.

국수류를 좋아하는 백전이 볼로냐 스파게티로 간단히 정하니 모두들 따라 스파게티를 시키는데 조안은 해물로, 미라마는 고기와 버섯으로, 지공은 고기와 ≪ 피망 ≫고추로 정했고 나는 칠판에 적어 벽에 걸어논 오늘의 메뉴판에서 ≪ 소머리 고기를 발려내어 실로 챙챙감아서 삶았다는 요리 ≫를 골랐다.

내나이쯤 들어보이는 ≪ 갸르송(식당 보이) ≫은 프랑스 카페의 전통적 검정색 복장에 흰 치마까지 둘렀는데 쟁반을 수평으로 받혀 들고 하얗고 빳빳히 다린 내프킨을 팔위에 걸치고는 하나도 바쁠것 없이 그러나 정확하고 점잖게 서비스하는 폼이 눈여겨 져서 우리를 즐겁게 했다.

우연히 좋은 카페를 찾아 들어온 것이다.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인데다 한가지 음식만 우리가 바삐게 수군데며 시켰어도 아무런 푸념없이 입가에 웃음이 살며시 배여있었던 점잖은 갸르송이었다.

보아하니 테라스가 넓은 이 ≪ 카페-브라스리(식당) ≫ 갸르송들은 모두 손님들을 즐겁게 만드는 그런 좋은 인상에 정식 갸르송복장을 한 늙수구래한 영감들이었는데 이런 카페는 파리에서도 요샌 만나기 힘들다.

배를 채워 생기가 난 우리는 엑스에 온 목적인 북쪽 ≪ 로브 ≫언덕에 있는 ≪ 세잔느 아뜰리에 ≫로 가기위해 아쉽게 일어나야만 했다.

엑스는1세기에 ≪ 섹스티우스 ≫ 로마군대가 야영하면서 온천지로 발전하였다 하고 15세기부터는 대학도시로서도 유명해진 프로방스의 옛 수도다.

우리는 도시 남쪽에 있기 때문에 차로 가야 하는 거리였는데 도시의 참모습속을 옛사람과 같이 걸어보기 위해서 골목길로 들어섰다.

미로와 같은 골목길과 아기자기한 광장에 금갈색으로 고전건축양식인 점잖은 ≪ 파사드(건물의 정면) ≫를 보이며 즐비하게 늘어선 17, 8세기의 주택과 공공건물들은 고전연극 무대장치를 연상시켰다.

우리는 연극의 주인공인양 무대위를 무사태평하게 여기창문을 가르키며 저기지붕꼭대기에 시선을 던지느라 멈칫거리며 걸었다.

거리 모퉁이 곳곳에 여름예술제 프로그람을 알리는 포스터가 보이고 1948년 부터의 역사를 가진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제오페라 훼스티발 금년 개막 프로그램인 ≪ 라 트라비아타 ≫ 푸랑카드가 펄럭거렸다.

우리는 골목 골목을 돌면서도 세잔느 생가는 못 찾고 헤멨는데 백전이 ≪ 불르공 ≫가 28번지인 세잔느가 죽은 집을 찾아냈다. 그집 몇집 건너엔 화가의 아버지 은행이 있던 건물이 있었다.

거기 벽에는 ≪ 세잔느가 1906년 10월 23 일에 이집에서 죽다 ≫라는 팻말이 있었다.

우리는 가끔가다 땅바닥에 박아 놓은 세잔느가 자주 다니던 발자취를 가르켰던 동판마크를 보고 이리 저리 따라 다녔기 때문에 그의 생가를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었음을 나중에야 알았다.

마침 세잔느가 죽은집 대문을 열고 나오는 한 여인이 있어서 여기가 세잔느집이였나고 괜히 물어보니 그런가 보다고 그여인도 시근둥하게 대답했다.

아까부터 보니까 가게 주인이나 행인 엑스와들은 관광객들이 하도 세잔느를 찾는 바람에 몹시 귀찮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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