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 나들이 1 - 파리 지하절 들치기 사건
작성자 오천룡 조회수 2818 건
홈페이지 http://ohchunryong.com 작성일 2012.05.10. 12: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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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 나들이 1 - 파리 지하철 들치기 사건

2003-7-15

< 初老의 됴선 남녀 다섯 사람이 볼 것 많고 먹을 것이 좋다는 南佛의 프로방스 나들이에 나섰다.

파리에 거주하는 화가 周仁이 안내역을 맡아 앞장 서고 그의 친구인 之空과 부인 美羅麻, 그리고 柏田과 부인 朝安이 그 뒤를 따랐다.

파리 지하철 운행을 잠시 중단시킨 ≪ 알리바바 사건 ≫으로 시작된 이 아기자기한 여행담을 周仁이 대표로 적는다. >


<7월1일 화요일>

오전10시 20분 정시에 파리의 리용역을 출발한 마르세이유 행 ≪ 떼제베 ≫는 속력을 금방 올려서 시속 300킬로로 달리고 있었다.

이 대로 달리면 세 시간 후에 프로방스지방의 중심지 엑스-앙-프로방스에 도착한다. 차창 밖으로는 황금 빛 밀밭 풍경이 쏜 살같이 지나가지만 떼제베는 전혀 속도감을 느낄 수 없이 유연하게 미끄러졌다.

짐을 선반에 정리해 놓고 주머니도 정리하고 기차표도 챙겨보고 저고리도 벗어 걸어 놓고 나서 좌석에 서로들 마주보고 앉았을 때야 우리 다섯은 ≪ 휴 ! ≫한심을 돌렸다.

한 시간 전 파리의 지하철에서 한 바탕의 활극을 벌인 후 떼제베가 출발하는 ≪ 리용 ≫역까지 아슬아슬하게 시간을 대 오느라 모두가 긴장해 있었다.

모두 목들이 칼칼했다. 美羅麻가 ≪ 어휴 ! 목 말라라 ! ≫하고 먼저 말하지 않았으면 목이 타고 있는 줄도 모두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출발 20분전에 넉넉히 떼제베에 올라 탔으니 그것만이 다행이었다. 여행을 취소하지 않게 된 것만 해도 고마웠다.

나는 식당칸에 가서 차디 찬 ≪ 비텔 ≫ 다섯 병을 사가지고 와서 일행에게 한 병씩 나누어 주고 한 병을 따서 꿀꺽꿀꺽 마셨다.

그제야 긴장이 풀리고 정신이 번쩍 나는지 우리는 떠들기 시작했다.

먼저 柏田이 말했다. ≪ 내가 글쎄 열차에 올라 타자 마자 입구에 앉아 있던 두놈이 내 바지가랭이를 흔들며 무엇을 찾길래 허리를 굽혀 내려다 보는 순간 周仁이 ‘소매치기야’하고 소리치잖아 ≫

之空이 말했다. ≪ 나는 무슨일인지 영문을 모르고 있다가 지갑을 꺼냈다는 외침을 듣고 넘어져 있는 녀석의 쟘바를 꽉 움켜쥐었지 뭐 ! ≫

지공의 부인 미라마가 말했다. ≪ 우리는 다음번 문쪽이 비어 있길래 벌써 그쪽으로 이동해 있었는데 어떻게 할 줄을 몰라 구경만 했지요 ≫

백전의 부인 朝安이 말했다. ≪ 나는 반대편을 보고 있었는데 미라마가 백전의 사진기가방이 들치기 당한 것 같다고 중계해 주는 바람에 뒤돌아 섰지만 달려갈 엄두도 못 내고 구경만 할 수밖에 없었어요 ≫

파리에서 엑상프로방스까지 900킬로를 달려가는 세시간 내내 우리는 이 이야기를 되풀이 하면서 삽시간에 일어났던 이 사건의 전말을 다시 모자이크해서 맞추어 보았다.

결론은 한국의 중늙은이 세 명이 파리의 날쌘돌이 알리바바 퍽치기단 3명과 대결하여 당당히 판정승을 거두었다는 것이었다. 지공의 주장에 의하며 ≪ 사건의 규모에 비하여 피해가 극히 경미했다 ≫는 것인데 그 피해 품목은 주인의 손목시계 였다.

이처럼 우리의 프로방스 나들이는 예기치 않은 활극으로 시작됐는데 그 이야기를 재 구성해 보면 다음과 같다.

떼제베를 타러 리용역으로 가기 위해 우리 일행은 6번선 ≪ 캉브론느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 라스빠이유 ≫ 역에서 내렸다. 우리는 4번선으로 갈아 타기 위해 ≪ 뽀르트 끄리냥꾸르 ≫방향의 플래트 홈으로 이동했다.

지하철이 곧 도착하자 우리 다섯명은 두번째 칸 첫번째 문을 열고 차례대로 올라 탔다. 내가 제일 나중에 탔는데 어느 젊은 녀석이 나와 柏田사이를 비집고 올라 오면서 술 취해 넘어지는 듯 넘어지는 척 하더니 내눈 앞에서 엎드려 무엇을 찾고 있는 듯한 백전의 오른 쪽 뒷주머니에 손을 넣고 붉은 지갑을 슬쩍 빼는 것이 아닌가 !

나는 급히 그 녀석의 손목을 꽉 잡았고 ≪ 쓰리꾼이다 ! 백전 ≫하고 소리쳤다.

백전은 그 때 재빨리 돌아서서 그 녀석을 누르고 지갑을 도로 빼앗을 려고 했고 무슨 일인지 몰랐던 之空도 그 녀석의 잠버를 목덜미로 부터 잡고 잡아 당기기 시작했다. 나도 그 녀석 몸통과 다리를 껴안고 당겼다. 여럿이 누르는 바람에 놈은 차 바닥에 나 딩굴었다.

그 녀석은 어느 틈에 내가 들고 있는 작은 배낭 가방의 밀방을 자기 팔에 끼고 있었고 뿌리쳐 달아나기만 하면 가방이 날아갈 판이었다.

내 가방엔 모든 것이 다 들어 있었는데 나는 가방끈을 잡고 놓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우리 셋은 필사적으로 그 녀석을 잡고 늘어졌다. 그 사이 백전은 문위 옆쪽에 달린 비상 손잡이를 잡아 당겨 차량운행을 정지시키고 기관사에게 비상사태를 알렸다.

우리 주변의 승객 중 젊은이들도 그 강도를 붙들려고 합세하기 시작했으며 구경꾼들이 모였고 차 밖에서는 같은 패로 보이는 녀석 두 명이 자기 동료를 차에서 끌어내려 구하려고 젖 먹던 힘을 다해 잡아당기고 있었다.

동양인 중늙은이 세 명과 퍽치기단 2명이 지하철 문을 사이에 놓고 퍽치기 행동대원 한명의 몸뚱이를 놓고 서로 잡아당기고 있었던 것이다.

양쪽에서 잡아 당기니 놈의 사지가 찢어질 판이었다. 그러는 사이 우리가 잡고 있던 놈의 런닝셔스가 북- 하고 찢어 졌고, 놈은 지공이 잡고 있던 쟘바를 벗어 놓고는 몸만 빼가지고 열차 밖으로 도망쳐 버렸다.

웃통을 빼앗긴 놈과 일당은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쳐 버렸다.

몸이 빠진 빈 잠바는 지공 손에 잡혀 있었고 움켜쥔 중요한 배낭은 나의 손아귀에 그대로 잡혀있었다.

백전 지갑만 없어졌다.

열차는 꼼작않고 서 있고 승객들의 눈은 모두 우리를 향하고 있었다.

그 때 우리에게 합세하였던 젊은 청년이 백전에게 ≪ 당신 지갑을 그 녀석이 열차와 프렛트 홈 틈사이 아래에 떨어 트렸다 ≫고 알려 주었다.

또 그때서야 기관사가 우리에게 오더니 연결전화로 이사건을 지하철 지휘본부에 알리고 동시에 경찰에도 알렸으니 경찰 오기를 기다리라고 하였다.

철로로 떨어져 있는 지갑을 주우러 내려가면 위험하니 지하철직원이 올때까지 절대로 줏으러 아래로 내려가면 안된다는 주의를 준 후에 열차는 떠나 버렸다.

열차가 떠난 다음 철로 사이를 보니 과연 백전의 빨간 지갑이 그곳에 떨어져 있는 것이 희미하게 보였다. 놈들은 붙잡힐 지경에 이르자 증거를 없애기 위해 지갑을 던져버린 것이다.

그러나 철로엔 몇천 볼트짜리 전류가 흐른다는 것이 아닌가 !

서둘러 사건 수습을 하지 못하면 엑스-앙-프로방스 행 테제베를 놓지게 될 판이다. .

다행이 기차출발시간을 넉넉히 앞두고 출발했기 때문에 얼마간의 시간여유는 있었다.

지하철로 이동하기로 한 것을 후회도 해 보았다.

두 친구 부부는 나의 아뜰리에에서 아주 가까운 호텔에서 묶었는데 프랑스 젊은이들이 하듯이 지하철로 리용역까지 가기로 작정한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우리 일행 각자의 짐이 ≪ 스튜어디스 ≫들 만큼이나 간편해서 지하철 이동이 가능할 것 같았지만 동양계 외국여행자라는 티가 여실했을 우리 일행은 ‘알리바바’들의 만만한 표적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친구들은 파리에 30여년간 살고 있는 나를 믿었기에 마음을 푹 놓고 모처럼 기차여행을 한다는 기쁨에 들떠 있었던 것이다.

다음 열차가 도착했다가 떠나고 또 다음 열차가 왔다가 떠났는 데도 경찰은 커녕 감감 무소식이었다.

답답하고 초조해진 나는 플래트 홈에 설치된 연결 전화로 매표구를 부르니 더 기다리라고만 한다.

나는 좀이 쑤셔서 매표구로 가 보아야만 했는데 월 초하룻 날이라서 사람들이 한달치 회수권을 사느라 길게 줄을 서고 있어서 창구 구멍에다가 대고 말을 부칠 수가 없었다.

손짓과 기차표를 내 후두르며 우리의 급한 사정을 호소하면서 어떻게 빨리 해 달라고 하니 표를 팔면서 전화를 어데엔가 다시 여러번 하더니 그냥 기다려야 한다는 손짓을 보냈다.

그러더니 짜증이 났던지 얄밉게도 ≪ 소매치기나 강도는 당신네만 혼자 당하는 것이 아니다 ≫라고 마이크에 대고 소리쳤다.

나는 표를 사는 줄에 서있다가 내차례가 되었을 때 유리창사이로 해 본 ≪ 판토마임 ≫과 똑 같은 사연을 말로 호소할 수 있었으나 표파는 직원으로서는 사건을 해당처에 알리기만 했을 뿐 직접 조치를 취해 줄 방도는 없음을 알았다.

그래서 우리가 여행을 끝내고 다음주에 올테니 떨어진 지갑을 주워 놓았다가 돌려주면 좋겠다, 이 사건이 오늘 아침 있었다는 것을 기록하여 사인해 달라고 하니 순순히 써서 나에게 주었다.

나는 아무런 소득도 없이 나를 목 빠지게 기다리는 친구들에게 돌아와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지갑 속에 중요한 증명서가 없다고 하니 여행이 끝난 후 돌아와서 찾자고 하였다.

우리가 포기 하고 막 떠나려 할 때 집게 손을 단 긴 장대를 가진 지하철 직원이 조금 전에는 없던 역장과 함께 나타났다.

그는 우리에게 지갑이 떨어진 곳을 묻더니 장대를 내려서 기계 손을 조작하여 간단하게 지갑을 쥐어 올렸다.

우리 일행은 모두 좋아서 박수를 쳤다.

나는 그제서야 손등이 따끔 거리는 것을 느끼고 내려다 보니 놈은 어느 틈에 내 오래된 시계를 나꿔채가면서 상처를 남겨놓은 것이었다.

놈은 바람잡이들이 백전의 정신을 빼 놓는 사이에 그의 지갑과 나의 시계와 가방을 동시에 나꾸어 채서 열차 문이 닫히기 직전 내려서 뺑소니 치려 했다가 독한 한국의 중늙은이들에게 걸려 겨우 시계하나만 채 간 것이다.

한번 당하고 나니 모두가 ‘알리바바’처럼 보였다.

우리는 ≪ 샤뜰레 ≫역에서 지하철을 또 한번 갈아 타야 했는데 뭉치면 살고 헤어지면 죽는다는 식으로 함께 움직였다.

그 지하철 칸에도 핸드폰과 신문지를 든 남녀가 우리를 노리고 있었으나 우리의 눈 열 개가 일제히 공격하는 바람에 그들은 우리가 내린 리용 역의 다른 바캉스 인파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지공은 놈의 잠바를 빼앗은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우리가 다시 파리에 되돌아 오면 그 놈이 기다렸다가 ≪ 시계를 돌려 줄테니 우리 어머니가 사준 내 잠바를 돌려다오 ≫ 할 것이라고 해서 모두들 한바탕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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