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 나들이 5 - 민박집 도착
작성자 오천룡 조회수 5299 건
홈페이지 http://ohchunryong.com 작성일 2012.05.13. 13: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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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 나들이 5 - 민박집 도착

2003-7-31

세잔느 아뜰리에 방문을 마친 우리는 자동차를 타고 민박집이 있는 ≪ 쌩-샤마 ≫로 향했다.

나는 이번 여행을 호텔이 아닌 민박집에서 묶자고 서울의 친구들과 의논했다.

여행일정이 좀 늦게 세워 졌지만 인터넷을 이용하면 구해질 것 같았다.

나는 ≪ 미디(프로방스를 포함한 남쪽지방) ≫전역을 카바하는 관광사무소에 인터넷을 연결하고 엑스앙프로방스 부근에서 ≪ 샹브르 도뜨 ≫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바깡스 왕국답게 구미에 맞는 결과를 곧 보내 왔다.

≪ 샹브르 도뜨 ≫는 문자 그대로의 뜻은 ‘손님방’이라는 뜻이다.

식구가 쓰는 방 말고도 남아 돌아가는 방이 있어서 여행자에게 숙박하도록 방을 빌려 주는, 그래서 집주인의 부수입이 생기도록 위생검사를 철저히 해서 허가를 내준 민간숙박제도를 샹브르도뜨라고 이름 붙혔다.

이 제도는 우리나라에도 있을 것이다.

이 민박시스템은 전국적으로 잘 조직되어 있고 빈방에 대한 정보교환이 서로 잘 연결 돼있다.

영국인이나 독일인이나 외국인들이 샹브르도뜨 주소록이 들어있는 가이드책을 들고 프랑스 전역을 민박을 하면서 여행하기도 한다.

다른 나라에도 이런 제도가 있다. 독일의 시골길에서 흔히 만나는 ≪프라이 짐머(Frei Zimmer) ≫라든가 영국의 B&B(Bed and Breakfast)가 그것이다.

숙박료가 일반호텔보다 저렴하면서 ≪ 쁘띠 데주네(아침식사) ≫가 포함돼 있다.

호텔은 교통이 편한데 있다면 민박집은 대개 시내에서 떨어진 곳이나 외딴 곳에 있다. 민가의 가족적인 분위기를 느끼면서 서민들의 생활상을 보고 그 지방의 풍습을 깊이 알아보는 데는 민박 만큼 좋은 것이 없을 것이다.

방에 여유가 있는 집일 때 집주인은 빈방들을 필요 이상으로 잘 꾸며놓고 이런 방을 ≪ 샹브르 다미 ≫라고 부른다.

샹브르다미는 집에 ≪ 여유로 놔두는 방 ≫이며 언제라도 친한 친구가 와서 유숙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은 방이다. 이 세상에 정다운 친구같이 중요한 존재가 어디 있으랴.

이런 여분의 방을 여러 개 만들어 놓고 숙박영업을 할 수 있는 허가를 낸 것이 ≪ 샹브르도뜨 ≫ 다. 거기에 별을 붙쳐서 등급을 표시하는데, 별 하나에서 넷까지 여러 등급이 있다. 우리의 민박집은 이런 빈방이 다섯개 있는 별 세개짜리였다. 이 수준의 것은 방에 목욕탕과 화장실이 딸려있으며 전화는 없지만 텔레비젼이 있다.

우리의 숙소가 있는 쌩-샤마는 엑스에서 정서쪽으로 약 40킬로 떨어진 곳에 있었다.

엑스에서 나와 ≪ 아를르 ≫방향의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10번 지방도로 로 나가 얼마쯤 달리니 바다와 같이 넓은 ≪ 베르 ≫호수가 나오고 호안을 따라 길이 시원히 계속됐다.

바다같이 넓은게 정말 호수일까하면서 쌩-샤마에 도착한 우리는 조금 헤매다 ≪ 레스까빠드(‘할일을 빼먹고 노는 집’) ≫라고 크게 써 붙인 우리들 민박집 문앞에 차를 댔다.

초인종이 어디있을까 찾고 있으니 철책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차를 마당 주차장에 세우자 민박집 주인이 휠 체어를 타고 나타났다.

그는 우리가 동양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관광사무소에서 방을 구해 준 후 내게 보내 준 안내책자에는 일본어로 된 소책자 하나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 사람이나 다 그렇겠지만 사람을 만나기 전에는 그 사람의 성이나 이름을 가지고 태생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 짐작을 한다.

나의 성을 보고 동양인이라고 믿었으나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동양어 책자로는 일본어판 밖에 없다보니 일본인으로 대강 점쳐서 하나 끼워 보낸 것 같았다.

여행 기착지인 민박 집에 도착했을 때 불쾌하거나 놀라운 푸대접을 받지않기 위해서 나는 미리 먼데서 오는 내동포들하고 여행을 한다고 예약할 때 알렸다.

더군다나 ≪ 사스 ≫가 유행하여 동양에서 오는 사람을 꺼려하던 때라서 더욱 신경이 쓰였다.

짐작한데로 우리가 동양인이라는 것을 미리 알았기 때문인지 주인은 의외라는 기색이 전혀 없이 반갑게 우리를 맞아 주었다.

민박집주인은 ≪ 휠체워 ≫를 탄 장애인이였는데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는 프랑스 공수부대 출신이었다.

그 청년은 오그라든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면서 ≪ 쟝-바띠스트 마레샬 ≫이라고 자기를 이름을 댔다. 그리고 옆에 따라온 여인을 소개 했다.

나는 의례 안주인이려니 하고 ≪ 봉주르, 마담 마레샬 ! ≫했더니 아니란다. ≪ 스테파니 ≫란다. 그 집에서 일하는 여자였다.

스테파니는 나무 젓가락처럼 바짝 마른 젊은 여인이었다.

인사를 서로 나눈 후 우리는 가방을 들고 스테파니를 따라 별채현관을 통해 이층으로 올라가 방 두개를 배정 받았다.

관광사무소에다 내가 방을 셋 찾아 달라고 처음에 요청 했을때 방 세개를 줄 수 있는 그런 민박집을 지금 찾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그렇지만 방 두개가 있는 집이 있는데 두방중 한방에선 세사람이 잘 수있다고 한것이 이 민박집이었다.

방 셋 찾기가 어렵게 된 나는 백전과 어떻게 할까를 의논했다. 즉 방하나에선 남자 셋이 자고 다른 방 하나에선 부인들끼리 주무시게 하자고.

우리 남자셋이 잘방은 아래층에 더불침대와 싱글침대가 있었고 지붕밑 방 이층에는 싱글 침대가 두개 더 있어서 다섯사람이 쓸 수 있는 넉넉한 방이었다.

화장실이 딸린 목욕탕은 이층에 있었다.

나 때문에 백전부부와 지공부부가 나흘간 애매한 별거생활로 들어 가게 되서 나는 몹시 미안했다.

우리는 나흘간 묶을 민박집과 친해지기 위해서 도착하는 날은 일부러 저녁식사를 민박집에서 사 먹자고 했다.

그래서 저녁을 먹겠다는 예약을 어제밤에 이메일로 보내 놓고 잤는데 확인해주는 답장이 아침에 없었다.

그래서 이집에서 저녁을 과연 먹을 수 있을런지 하는 의심이 없지 않았다.

또 나는 삼주일전 모든 일정이 확정되자 이 민박집주인 ≪ 마레샬 ≫씨 앞으로 당신네집에 아무날부터 아무날까지 묵게 됐음을 알리는 이메일을 일부러 보냈는데도 그때도 묵묵부답이었다. 이런경우 꼭 답이 있어야 했다.

저녁 식사 후에 조안이 노트북을 켜서 회사와 연락하기 위해 이 집 사무실을 이용하게 됐을 때야 쟝-바띠스트가 조막손이어서 타자를 할 수 없었음을 알았다.

백전과 지공은 운전하느라고 땀을 많이 흘렸으니 나보고 먼저 샤워를 시작 하라고 양보했다. 목욕탕에 들어가 보니 수건은 잔뜩 갔다 놓았는데 비누가 없었다.

나는 ≪ 민박집에선 비누를 안주는 거지, 참 ! ≫하면서 도로 나와 뜰에서 바베큐 불을 집피고 있는 쟝-바띠스트에게 가서 비누를 살 수 없느냐 했더니 팔 비누가 없단다.

이 말을 들은 스테파니가 쓰던비누와 샴푸를 들고나와 손님들이 두고 간 것인데 오늘은 이걸로 쓰고 내일 새 것을 사다 쓰라고 했다.

샤워를 하고 나니 지중해로 부터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이 젖은 머리를 금방 말려주었고 아직도 대낮 같은 푸른 하늘 빛은 그대로 쪽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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