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물 마리니에르 (수정본)
작성자 이경순 조회수 12432 건
홈페이지 작성일 2004.09.19. 17:28:22
첨부파일  
오화백님!

궁금하실듯 하여 저희 여고 동기회 홈페이지로 옮겨간 오화백님 글을 복사해 왔습니다.

읽기 편하라고 제 맘대로 행을 짧게 짧게 바꿨는데 혹 거슬리지는 않으실지 걱정됩니다.

이 가을, 더욱 훌륭한 작품 많이 하시기 빕니다.




경기여고 51회 쉼터 - 매화동산

제목 : 물 마리니에르 (옮)
작성자 : 이경순 작성일 2004-09-14 22:07
조회수 49 추천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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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식욕의 계절이라지요?

군침 넘어가는 글을 발견하고 함께 군침 넘기자고 옮겨 옵니다.

빠리에서 30여년간 그림만 그리며 살고 있는 서양화가 오천룡(남자 경기 57회) 화백의

홈페이지 www.ohchunryong.com 게시판에서 퍼왔습니다.

최근에 자신을 찾아왔다가 서울로 돌아간 친구(건축가 김 원)가

홈페이지 게시판에 남긴 편지에 답장 삼아 올린 글의 일부입니다.

더 궁금한 분들은 직접 오화백의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작품 감상도 하고

웬만한 문필가 뺨 치는 그이의 유니크한 글들도 읽어 보고

게시판에 인사말도 남기시지요.

# 누가 "물 마리니에르"나 "쁠라또 드 프뤼드메르"의 군침 넘어가는
사진 좀 찾아 올려줄 수 있을까요?
시삽님 성자? 빠리의 승자? 만물박사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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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자네가 파리에 오기만 하면 삶은 홍합 요리를 한냄비는 꼭 먹고 갔는데

요번에는 그 맛을 못 보고 떠나게 해서 참 미안하더군.

자네가 남도의 삼합 요리 얘기를 하니 자네의 폭 넓은 미각이 생각나서 홍합 생각을 해냈네.


9월 첫 주말의 3일간 프랑스와 벨지움의 국경도시 "릴"의 대로변에서

아마도 세상에서 제일 큰 벼룩시장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고물시장이 열리는데

그 장터가 차지한 도로의 길이가 8 킬로미터라든가 10킬로미터라든가 하다니 굉장하지.

프랑스 사람은 물론이고 이웃 나라에서도 다 모이는데

찾아간 사람들이 하루에는 다 못 보고 며칠간 진을 치고 보아야 될 정도라네.

금년에도 횡재할 물건들을 찾으려고 100만명 이상이나 모여드는 인산인해였다는군.

그 벼룩시장에서 한참 전에 벵상 반 고호의 사인없는 유화를 헐 값에 산,

밝은 눈 가진 사람이 있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지.


그런데 내가 말하려는 것은 자네가 그렇게 좋아 하는

백포도주와 양파 소스로 조리한 삶은 홍합 "물 마리니에르" ( Moules mariniere)가

그 장터에서 말할 수 없이 큰 인기 음식이라는 것이네.

거짓말 보태서 거기를 방문한 100만명이 한번씩은 끼니로 혹은 군것질로

사 먹는 음식이어서 사흘 동안에 몇천톤의 홍합이 팔리고 있다네.

홍합을 파는 식당 뒷편으로 검은색 껍질의 홍합을 산더미처럼 쌓아 놓은 모양이

꼭 조개탄을 산같이 쌓아 놓은 모양과 같은데 그 홍합을,

옛날 증기기관차 화부가 조개탄을 화덕에다 집어 넣듯이

조리사가 삽으로 퍼서 부엌으로 나르고 있더군.


그것도 그럴 것이 이웃에 물 마리니에르를 제대로 조리 할 줄 아는

원조격 나라인 벨지움이 있어서겠고,

삶은 홍합 요리를 하기에 좋은 크기가 잔잔한 홍합이

네델란드로부터 벨지움 해변 그리고 프랑스 북부 해변인

페깡 이나 에트르따 까지 쫙 깔려 있다시피 해서,

릴 벼룩시장에서는 피자나 핫도그 혹은 햄버거나 샌드위치는

먹거리로서 맥을 못 추고 마는 것일 테지.


그런데 자네도 잘 아는 프랑스인들이 좋아하는 해산물 연체동물 쟁반요리인

"쁠라또 드 프뤼드메르"(plateau de fruits de mer)에 올라오는 생굴 처럼

날로 먹는 커다란 홍합은 남쪽 프랑스 바닷가와 스페인 바닷가에서 나는 홍합들로서

이것은 삶으면 맛이 없지.(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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