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에서 2002년까지 7년 동안
나는 나무 잎을 주제로 한 작품에 몰두했다.
나의 그림 편력에서 이 시기를 ‘낙엽시대’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가을날
나뭇잎은 낙엽이 되어 머물던 가지를 떠난다.
떨어지는 나뭇잎은 떨어지기가 아쉬운 듯
잠시 허공에 머문다.
대기 중에 잠시 걸터 앉아 쉬다가 사뿐히 떨어진다.
나는 그런 가벼운 비상을 흰색 캔버스에 받아 옮겨 보려고 했다.
≪ 알퐁스 드 라마르띤느 ≫는 이렇게 노래했다.
≪ 오 ! 시간이여 ! 너의 비상을 잠시 멈추어다고, 그리고 당신은,
그대의 진행을 멈추고 자비스러운 시간으로… ≫
드 라마르띤느의 시에서
그리고
비 뿌리듯 쏟아지는 낙엽의 낙하에 황홀해진 나는
그 색색의 비상을 공중에 마냥 매달아 놓고 싶었다.
짙은 안개 낀 숲속에서 만난 낙엽의 선명한 윤곽을
부조처럼 도드라지게 각인하고
세월을 간직한 그윽한 색채의 내면을 표현하고자 했다.
불투명한 안개 속에서
나뭇잎은 더욱 따뜻한, 혹은 더욱 차가운 색채를 띈다.
이를 백색 바탕에 명료하게 배치하여
스테인드 글라스나 상감이 주는 효과를 내고 싶었다.
나의 의도는 단순히 잎을 그리려던 것은 아니다.
잎의 형태를 빌려서 일생 즐겨 쓰던 여러 색채를
흰색의 무한대 화면에 배치해 보자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동떨어진 색들이
서로 간격을 유지한 채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낼 수 있을까 하는 집념이
나로 하여금 그토록 긴 시간 동안 나뭇잎에 매달리게 했다.
|